"이번 방학에 인턴을 하고 있는데 회사 대표가 자꾸 저를 만져요"라는 제보글이 서울 모 대학 학생들이 익명으로 글을 쓰는 페이스북 페이지 'OO대학교 대나무숲'에 올라왔다. 회사 대표에게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하고 있지만 대표가 "졸업 후 직장을 얻으려 하는 곳과 유사한 분야의 거물급 인사"여서 공론화가 망설여진다는 내용이었다.
제보자는 "저를 볼 때마다 손을 잡으시고 가끔은 끌어안기도 하세요. 잘 하고 있느냐면서"라며 "그것까지는 화나도 참을 수 있지만, 며칠 전 끌어안는 척하며 가슴을 슬쩍 만졌다"고 했다. "분명히 고의였다"는 그는 "고의가 아니더라도 아무 데서나 잡아 끌어안고 손잡고 이게 말이 되나요"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피해를 당한 그 순간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화내는 건 고사하고 정색하는 것조차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네요…"라면서 "저는 한낱 인턴사원인 데다 곧 제 월급도 주실 분이고 관련 업계 사람이라 안 좋은 일을 만들면 피해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성추행 순간에 주변에 직원들이 있었지만 그 직원들 역시 눈을 피하고 못 본 척했다고 그는 주장했다.
"회사는 정말 좋습니다. 페이도 좋고 제가 원하던 직무여서 계속 일하고 싶었는데 정말 화 납니다"라는 그는 "같이 인턴생활을 하고 있는 남자 직원은 대표와 잘 지낸다. 왜 제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어 "불합리한 일을 겪고도 안 좋게 보일까봐 신경 써야 하고, 성희롱 때문에 취업 걱정까지 하고 있고, 저는 여기서 일 더 못할 거 같아요. 성희롱은 어떻게 하면 사라질까요"라며 끊이지 않는 걱정을 늘어놓았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