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세제의 '양면성'… 잘못 사용하면 '호흡곤란·구토'

입력 2017-07-24 17:53
사진=구글 캡처

욕실 청소에 효과적이라는 '천연 세제'가 잘못 사용하면 구토, 호흡곤란, 오심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터넷과 TV 생활정보 프로그램에서는 베이킹소다와 구연산 또는 식초를 섞어 쓰는 천연세제 활용법이 '주부에게 유용한 정보'로 소개되는 경우도 있다. 주의가 필요하다.

2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천연세제 잘못 섞어 쓰다 이산화탄소 중독된 사례'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119 종합상황실에 근무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네티즌은 "며칠 전 화장실 청소를 위해 세제를 섞어 쓰다가 현기증, 구토, 오심, 호흡곤란 증상을 호소하는 신고를 받았다"며 "신고자는 베이킹소다와 식초를 섞어 썼다"고 밝혔다. 

이어 "베이킹소다와 식초 또는 구연산을 섞어 쓰면 이산화탄소가 발생해 위험할 수 있다. 집 청소를 하다 이산화탄소 중독 위험이 있는 사례로 처음 접수된 듯해 소개한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사진=네이버 캡처

실제로 포털 사이트에 '욕실 청소 천연세제' '베이킹소다 구연산' 등으로 검색하면 다수의 블로그에 집 청소에 유용한 천연세제 만드는 법 등을 소개하는 글이 나온다. 생활정보를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에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환기를 제대로 하지 않고 사용할 경우 이산화탄소 중독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각종 인터넷 블로그에서는 알칼리성인 베이킹소다와 산성인 구연산 또는 식초가 만나면 세정력이 강해지며 살균소독이 가능하다고들 한다. 이 둘이 만났을 때 발생하는 탄산가스가 거품처럼 되어 깨끗한 청소를 가능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탄산가스'는 이산화탄소를 말하는 것이기도 해 밀폐된 화장실에서 장시간 사용할 경우 호흡곤란과 두통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베이킹소다와 구연산을 섞어 쓰는 것이 세정력을 높여주지는 않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베이킹소다는 알칼리성이고 구연산은 산성이어서 이 둘이 만나면 중화작용이 일어나 중성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연세대 내분비연구소 교수를 지낸 박철원 박사는 개인 블로그에서 "구연산은 베이킹소다, 과탄산소다, 탄산소다와 함께 섞어 사용하면 산도를 급격하게 떨어뜨려 세정력을 잃게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천연세제는 화학물질이 들어간 제품을 거부하는 '노케미족' 사이에서 특히 유행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베이킹소다와 구연산 역시 엄밀히 말하면 화학물질이고, 화학물질은 대체로 독성을 갖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아무리 천연세제라 하더라도 청소 때는 반드시 환기 등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