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는 세계에서 가장 더운 나라 중 하나다. 이 나라 사막지대 미트리바는 지난해 7월 21일 섭씨 54.0도(화씨 129.2도)를 가리켰다.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규격인 지상 위 1.5m에서 측정한 결과만 놓고 보면, 이 기온은 세계 기상관측 사상 최고치다. 1.5m는 사람의 키를 가정한 높이. 습도나 미세먼지 농도 등 여러 기상자료를 측정할 때 이 규격이 사용된다.
섭씨 54도가 관측된 곳은 2013년 6월 2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데스벨리뿐이다. 다만 미국과 쿠웨이트의 지형은 다르다. 미국은 여러 위도에 걸쳐 다양한 기후를 나타내는 반면, 사실상 도시국가에 가까운 쿠웨이트는 거의 모든 지역의 기후가 미트리바와 비슷하다. 그저 미트리바의 기온이 가장 높았을 뿐이다.
올여름 쿠웨이트에서 섭씨 62도까지 관측됐다는 주장이 24일 SNS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누군가 촬영한 쿠웨이트의 한 건물 전광판 사진은 이런 주장의 근거로 사용되고 있다. 전광판에는 ‘12:20’과 ‘62℃’라는 숫자와 기호가 적혀 있다. 낮 12시20분 현재 섭씨 62도라는 의미로 보인다.
섭씨 60도는 세균이 죽기 시작하는 온도다. 동물은 이 온도에서 5초만 노출되도 2도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에어컨이나 선풍기 등 냉방기가 없는 야외에서는 사실상 생존이 불가능한 온도라는 얘기다. 사진은 미국과 유럽 등 해외 SNS 이용자를 중심으로 퍼져 우리나라로까지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 사진은 사진 조작, 또는 전광판 오류로 보인다. 일간 쿠웨이트타임스는 지난 2일 이 사진이 SNS에서 퍼지고 있는 소식을 전하면서 “허위사실”이라고 보도했다. 핀타스기상대 최고 책임자 아델 알 사둔은 “지금까지 섭씨 52도를 넘긴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핀타스는 쿠웨이트 동해안 도시다. 사진이 촬영된 곳으로 보인다.
비록 62도까지 치솟지는 않았지만 쿠웨이트는 여름에 섭씨 50도 안팎으로 기온이 치솟는다. 웨더닷컴(weather.com)이 오후 5시30분(현지시간 오전 11시30분) 측정한 기온은 섭씨 45도다. 현지시간으로 정오를 넘기면 기온은 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지상 위 1.5m의 측정 규격이 아닌 인공위성으로 관측한 사상 최고 기온은 2005년 이란 동남부 루트사막에서 나타났다. 이곳에서 측정된 기온은 섭씨 70.7도(화씨 159.3)였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