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 페북에 ‘기묘한’ 암시… 아침 댓바람 경찰 출동 소동

입력 2017-07-24 16:23
지역구 수해 피해에도 유럽연수를 떠난 뒤 ‘레밍’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김학철 충북도의원이 22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뉴시스

김학철 충북도의원의 ‘자살 암시’ 해프닝이 벌어졌다. 24일 아침 김 의원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장문의 사과문에서 마지막 문단이 극단적 선택에 대한 암시로 오해를 받아 경찰이 출동했다. 우려했던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김 의원이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게재한 시점은 오전 6시53분. 작성 장소는 프랑스 마르세유였다. 하지만 김 의원은 ‘수해 외유’ 논란을 빚었던 충북도의회 유럽연수를 조기에 끝내고 이틀 전인 지난 22일 귀국해 충북 충주 자택에서 머물고 있었다. 사과문은 자택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사과문에서 지역구 수해 피해를 외면하고 유럽연수를 떠났던 점, 국민을 북유럽 설치류의 한 종인 레밍에 비유한 점을 언급하며 “나라도 당연히 욕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은 죽기 전에 말이 착해진다고 한다. 죽을 각오로, 한 치의 거짓도 없이 이 사달을 불러일으킨 배경과 과정을 설명하려 한다”고 운을 뗐다. 그렇게 원고지 65매에 달하는 장문의 사과문이 시작됐다.

김 의원은 충주의 활석가공업체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며 어렵게 가정을 꾸렸던 아버지, 13세 때 세상을 떠났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부터 고려대 재학 시절, 아내와 결혼까지 그동안의 삶을 상세하게 적어 내려갔다. 이어 지난 18일부터 8박10일 일정으로 프랑스와 이탈리아로 연수를 떠났던 사유와 경위, 논란 이후의 상황을 설명했다.



극단적 선택을 암시한 것처럼 오해를 받은 말은 마지막 문단에 있었다. 김 의원은 “명 짧은 놈이 우리 아버지보다 5년을 더 살았다. 무수한 욕과 비난을 얻어먹었으니 더 살 수 있을 런지 모르겠다.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장문의 글을 맺었다. ‘더 살 수 있을 런지 모르겠다’는 말은 앞서 몇 차례 언급한 ‘죽음’에 대한 암시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충주경찰서 112종합상황실은 오전 8시46분 신고를 받고 출동해 김 의원의 무사한 상태를 확인하고 철수했다. 오후 3시 현재 김 의원의 페이스북에 사과문 이후의 글은 올라오지 않았다. 사과문 아래에는 “혼자 어렵게 살아온 것처럼 말해 감정에 호소하지 말라” “언론 보도 행태를 지적하는 척하며 궤변을 늘어놓지 말라”는 비난 댓글이 달리고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