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근육 두꺼워지면 '강심장'?…젊은 운동선수 생명 앗아가는 '독'

입력 2017-07-24 15:14 수정 2017-07-24 18:13
중앙대병원 흉부외과 홍준화 교수가 한 환자의 심장 진료를 하고 있다.

 
지난달 5일 중국 축구리그에서 활약하던 아프리카 출신 셰이크 티오테(31) 선수가 훈련 중 급사했다. 또 2003년 카메룬 출신 유명 축구선수 마크 비비앙 푀가  경기 도중 쓰러져 목숨을 잃었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쓰러진 사례는 국내에서도 적지 않게 발생했는데, 2011년 프로축구 신영록 선수는 경기종료를 앞두고 심장마비로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혼수 상태로 50일 만에 깨어났다. 프로야구 임수혁 선수는 2000년 경기 중 심장마비로 갑자기 쓰러져 뇌사상태로 있다 2010년 결국 세상을 떠났다.

 잊을만하면 들려오는 젊은 운동 선수의 갑작스런 죽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선수들의 사망 원인은 아직까지 모두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공통점은 운동선수로서 20~30대의 젊고 건강한 나이에 운동 중 갑작스레 사망했다는 것이다. 
 사인은 심장 질환으로 추정된다. 이중 ‘비후성심근증’은 젊은 운동선수들의 주된 사망 원인중 하나로 전문의들은 분석하고 있다.

 실제 2004년 브라질의 축구 선수 세르지뉴가 경기 중 갑자기 쓰러져 사망한 뒤, 부검을 해보니 심장이 정상인보다 2배 이상 커져 있었고, 심장 벽도 매우 두꺼워 사망 원인이 ‘비후성심근증’으로 진단됐다. 임수혁 선수 역시 ‘비후성심근증’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비후성심근증’은 선천적으로 심장 근육이 지나치게 두꺼워 심장 기능을 방해하는 병이다. 심장에 피가 뿜어져 나가는 출구가 두꺼워진 근육으로 막혀 혈액이 제대로 뿜어져 나가지 못하게 돼 호흡곤란, 가슴통증, 어지러움, 실신 또는 심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른다. 이 질환을 가진 사람 중 일부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는 남들보다 운동을 잘해 운동 선수로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젊은 선수의 운동 도중에 생기는 심장마비는 사실 오래전부터 잘 알려져 왔다.  젊은 나이에 발생하는 ‘비후성심근증’으로 인한 돌연사는 농구, 축구, 달리기경주 등 경쟁운동 경기 중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중앙대병원 흉부외과 홍준화 교수는 “젊은 사람이 운동 중 돌연사하는 것은 많은 경우 심장 이상이 그 원인인데, 비후성심근증, 관상동맥의 선천성 기형, 부정맥 등이 대표적”이라며 “특히 이 가운에 좌심실 근육이 정상보다 두꺼워지는 선천적인 질환인 ‘비후성심근증’이 있는 사람의 경우 격렬한 경쟁 운동을 할 경우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일반인들은 심장의 근육이 두꺼워지면 ‘강심장’이 되는 것으로 오해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 심장은 1분에 60∼80번씩 펌프질을 해서 온몸으로 피를 뿜어 보내는 역동적인 장기로, 심장의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면 피가 뿜어져 나가는 출구가 좁아지게 되고 심장은 필요한 혈액을 좁은 구멍으로 보내기 위해 더 강하게 수축하려 한다”면서 “이 때 승모판막과의 상호작용으로 혈액의 출구는 더욱 좁아지는 악순환이 발생해 호흡곤란, 흉통,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비후성심근증’ 환자는 상호경쟁을 유발하여 운동 강도가 지나치게 올라갈 수 있는 축구, 농구와 같은 종류의 운동이나 급격히 높은 강도의 심박출량이 요구되는 단거리 달리기, 지속적으로 심박출량이 요구되는 장거리 달리기 등의 운동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홍 교수는 아울러 “최근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적당한 운동이 비후성심근증 환자의 운동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이 실려, 국내 언론에 보도된 바 있는데, 이 연구가 마치 운동이 비후성심근증 환자의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해석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운동이 비후성심근증 자체를 치료할 수는 없으며 해당 논문은 중간 강도의 적당한 운동을 지속적으로 할 경우 비후성심근증 환자의 운동능력이 경미하게 향상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실제로 비후성심근증은 환자마다 다른 특성을 보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운동을 하는 것이 좋을지는 환자마다 다르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후성심근증’ 환자에게 있어 실질적으로 증명된 치료방법은 전문화된 기관에서 적절한 약물유지요법, 또는 필요시 수술적 치료 등 이다.

 만약 직계 가족 중 돌연사 사례가 있거나, 비후성심근병증을 앓은 환자가 있다면 미리 심장초음파 등을 통해 질환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운동 중이나 운동 직후에 흉통이나 어지럼증, 맥박 이상이 느껴지거나 속이 울렁거리고 지나치게 숨이 차오르면 지체 없이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

 홍 교수는 “‘비후성심근증’은 20~30대 젊은 운동선수의 돌연사의 주원인으로 운동 중이나 운동 직후에 흉통이나 어지럼증, 맥박 이상이 느껴지거나 속이 울렁거리고 지나치게 숨이 차오르면 심장초음파 등의 정밀검사를 통해 질환 유무를 확인한 뒤, ‘비후성심근증’으로 진단되면 지나친 경쟁운동은 삼가고 어느 정도의 운동이 본인에게 적당한 지는 전문가와의 상담과 점진적으로 운동량을 늘려가며 관찰하여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