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모네이드 파는 다섯살에게 22만원 ‘벌금’… 아버지의 반란

입력 2017-07-24 15:04 수정 2017-07-24 15:06

영국 런던의 길거리에서 레모네이드를 팔던 다섯 살 꼬마가 ‘무허가 영업’으로 적발됐다. 벌금은 무려 150파운드(약 21만7000원)였다.

런던시티대학의 안드레 스파이서 교수는 최근 텔레그래프에 글을 게재해 다섯 살 딸이 150파운드 벌금을 물게 된 사연을 공개했다. 주말을 맞아 딸과 함께 러브박스 페스티벌이 열리는 빅토리아 공원 근처에서 레모네이드를 판매했는데, 30분도 지나지 않아 공무원들이 벌금을 부과했다는 것이다.

스파이서 교수의 딸은 길가에 작은 탁자를 놓고 작은 컵 50펜스(약 730원), 큰 컵 1파운드(약 1450원)에 레모네이드를 팔았다. 그러나 공무원들이 다녀간 후 곧바로 가판을 접어야 했다. 딸은 집으로 돌아 가는 내내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에게 “내가 나쁜 일을 했어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스파이서 교수는 기고문에서 “나는 비즈니스 스쿨의 교수로서 일종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했다. 그러나 레모네이드를 파는 다섯 살 아니는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존재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사건을 ‘레모네이드 게이트’라고 부르며 “내 손에 있는 벌금 통지서를 보면서 우리가 얼마나 아이들을 제한적으로 키웠는지 생각하게 됐다. 지금 아이들은 공무원, 감시관, 부모들에 의해 엄격하게 규제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남은 긴 방학 기간 동안 어떻게 아이들을 즐겁게 해줘야 할지 혼란스럽다”며 “레모네이드를 판매대를 세우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일이다. 어쩌면 내 딸에게 아이패드를 건네 주고, 방금 구입한 장난감을 뜯는 사람들을 보는 일에 시간을 할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스파이서 교수의 글은 빠르게 확산돼 SNS에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어린 아이에게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는 비난이 거셌다. 23일(현지시간) 영국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타워 햄릿 의회는 결국 아이에게 부과했던 벌금을 철회했다. 의회 대변인은 “우리는 집행관이 상식을 보여주고 그들의 힘을 현명하게 사용하기를 바란다”며 “벌금은 즉시 취소될 것이고 스파이서 교수와 그의 딸에게 사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스파이서 교수의 딸은 수십 개의 지역 축제, 시장 등에서 레모네이드 판매대 세울 수 있는 초대장을 받았다고 한다.


어린 아이들이 융통성 없는 ‘관료주의’에 상처 받은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7월에는 캐나다에 사는 5, 7세 자매가 집 앞에서 레모네이드를 판매하다가 공무원들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무허가 영업을 했다며 짐을 싸도록 한 것이다. 당시 아이들의 아버지는 직접 딸을 데리고 영업허가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당국은 허가 비용 35캐나다 달러를 면제해주겠다면서도 “법 집행은 적절했다”고 말했다.

스파이서 교수는 현재 트위터에 ‘올 여름, 우리는 아이들이 저항하길 원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올리고 아이들의 경제 활동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그는 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일을 통해 배운다”며 모든 어린이들이 레모네이드, 채소, 자신이 그린 그림 등을 판매할 것을 권유했다. 이어 “아이들의 저항은 자신의 이익을 공유하고, 자신감을 키우며, 지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