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령 고양이, 생명을 건 수술에도 살아남아
세계 최고령으로 추정되는 고양이가 생명 연장을 위한 수술을 받고 살아남았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23일(현지시간) 세계에서 가장 장수한 것으로 추정되는 암코양이가 최근 호흡을 방해하던 비강 문제를 치료로 해결했다고 보도했다. 사샤라는 이름의 이 고양이는 올해로 31년을 살았다. 사람의 나이로 환산하면 무려 141년이다.
300파운드(약 44만원)의 비용을 들여 진행한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담당 수의사는 주인인 베스 오닐(63)에게 “사샤를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산 고양이로 기네스북에 등재 신청하라”고 제안했다. 종전 최고 기록은 지난해 미국 텍사스주에서 30년의 나이로 죽은 스쿠터란 이름의 샴고양이였다.
오닐은 1991년 승마를 하다가 자기를 졸졸 따라오던 5세 사샤를 처음 만났다. 사샤의 삶이 평탄하기만 것만은 아니었다. 오렌지색과 갈색 무늬를 가진 이 고양이는 치명적인 독 중독을 겪은 적도 있고, 갈비뼈가 부러져 왼편에 움푹 들어간 영구적인 상흔이 남기도 했다.
이번 코 수술도 사샤의 나이뿐 아니라 신장(腎臟) 문제 때문에 마취 자체가 위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샤는 수술을 버티고 일주일 뒤 기어코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사샤는 금세 일상을 되찾았다. 가장 좋아하는 장소인 주방 난방기 옆에 나른하게 잠들기도 하고, 가장 좋아하는 먹이인 닭고기와 돼지고기 슬라이스를 달라고 울어대기도 했다.
오닐은 “처음 사샤와 만났을 때 뼈와 거죽만 남은 참혹한 상태라 일주일은 버틸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았지만 사샤는 이곳에서 25년을 버티며 건강한 상태로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이어 “샤샤가 숨쉬기 힘들어하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그녀를 잃게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수의사 덕에 사샤가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사샤에 대한 애정 어린 말도 잊지 않았다. 오닐은 “사샤가 앞으로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집에 있는 4마리의 개와 다른 고양이들 가운데 사샤는 언제나 ‘넘버원’”이라고 밝혔다.
◇부고: 고양이 시장, 20년 선치 끝에 명예롭게 숨져
미국 알래스카주의 작은 마을 탈키트나에서 ‘명예시장’이라는 칭호를 얻은 고양이 스텁스가 20세 나이로 영면에 들었다.
알래스카 지역방송 KTVA-TV는 22일(현지시간) 20년 가까이 마을을 위해 애쓴 고양이 시장의 부고 소식을 전했다. 스텁스의 주인은 같은 날 밤 성명을 내고 “스텁스가 지난 20일 들어간 침대에서 그대로 머물다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인구 900명의 탈키트나 마을은 1998년 정식 선거운동을 통해 스텁스를 시장으로 선출했다. 이 마을에 ‘인간’ 시장은 없다.
스텁스의 주인은 이 고양이 시장을 향한 추도사도 전했다. 그는 “스텁스가 20년3개월 동안 우리 곁에 머물렀고 생의 마지막 한순간까지도 고양이로서의 본분에 충실했다”며 “우리 가족에게 하루 종일 야옹거리며 같이 있어줘서, 가족들의 무릎을 떠나지 않아줘서 고맙다”고 밝혔다. 이어 “스텁스는 훌륭한 고양이었고, 우리는 앞으로도 그를 그리워할 것이다”라고 추도문에 적었다.
스텁스의 ‘동물가족’에서 새끼 고양이 중 한 마리가 시장직을 계승할 것으로 보인다. 주인 가족은 대중의 관심을 받길 좋아하던 스텁스와 닮은 디날리를 유력한 후보로 꼽고 있다. 디날리는 스텁스와 비슷한 취향과 행동방식을 갖고 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