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칭 ‘눈 중풍’이라 불리는 망막동맥폐쇄가 발생하면 급성 뇌경색 발생을 바짝 경계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신경과 한문구(
사진 왼쪽) 교수와 안과 우세준(
오른쪽) 교수 연구팀이 망막혈관폐쇄의 병인과 그에 따른 뇌경색 및 혈관질환의 발생을 추적 조사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나 국제 학술지에 보고했다고 24일 밝혔다.
망막동맥폐쇄는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망막 혈관이 막히거나 파열되어 시력 감소를 초래하는 질환이다. 가장 큰 원인은 고혈압이며, 이 외에도 동맥경화, 당뇨병 혈액질환 등에 의해 발생한다.
눈의 시세포가 위치하는 망막에는 동맥과 정맥이 존재하며, 망막동맥이 시세포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여 시각적 기능을 유지한다. 망막동맥이 막힐 경우 망막 신경세포로의 산소공급이 차단되어 세포가 파괴되며 급격한 시력저하를 경험하게 된다.
급격한 시력저하에 대해 단순히 안과적인 문제일 것으로 여기기 쉽지만, 실제로 이러한 환자들에서 많은 환자들이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심장질환 등의 뇌졸중 위험인자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뇌혈관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는 게 한문구 교수팀의 경고다.
실제로 뇌경색 발생이 시력소실과 동시에 나타나기도 하고, 망막동맥폐쇄 환자의 뇌경색 발생이 뇌경색 환자의 뇌경색 재발률과 거의 비슷하다는 보고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망막중심동맥폐쇄로 인한 시력 소실 발병률은 매년 인구 10만 명당 2명꼴로, 나이가 많을수록 증가해 80세 이상에서는 매년 인구 1만 명당 1명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2003년 9월부터 2013년 6월 사이에 급성 망막동맥폐쇄로 분당서울대병원에 내원한 환자들 중에서 뇌 자기공명영상촬영(MRI) 및 자기공명혈관조영(MRA) 등을 포함한 영상검사와 혈관성 위험인자 검사를 시행한 환자 151명의 자료를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87명(58%)이 고혈압, 35명(23%)이 당뇨병, 35명(23%)이 고지혈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망막동맥폐쇄 환자들이 뇌경색과 동일한 위험인자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이들은 또한 10명 중 1명 이상(10.6%)이 망막동맥폐쇄가 발생하기 전에 이미 뇌졸중과 일시적인 뇌허혈발작 증상을 경험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망막동맥폐쇄 발생 1년 이내에 약 10%의 환자에서 뇌경색이 발생했으며, 발생한 뇌경색의 대부분이(57%) 망막동맥폐쇄 1개월 이내에 발생했다.
특히 외국의 기존 연구결과완 달리 대뇌혈관동맥경화증을 가진 환자들(40%)이 많았으며, 이러한 환자들에서 후속 혈관질환 발생 위험은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교수는 “갑작스러운 시력소실이 망막동맥폐쇄에 의해 발생한 경우, 10명 중 1명 비율로 뇌경색이 발생하며, 대부분 망막동맥폐쇄 발생 1개월 이내에 뇌경색이 발생한다로 정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갑작스러운 한쪽 눈의 시력소실이 발생했을 때, 조기에 망막동맥폐쇄를 빨리 진단하고 원인을 조사해 그에 따른 조기치료를 하는 것이 환자들의 뇌경색 발생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플로스 원(PLOS ONE)’ 최근호에 게재됐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