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마태복음 6:2~4).”
오뚜기 창업자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의 평소 지론이다. 네티즌들에게 ‘갓(God)뚜기’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오뚜기가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7~28일 15대 그룹 경영인들과 만나는 ‘경제인과의 대화’에 이례적으로 초청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자산이나 매출 규모에선 100위권에 들지 못하지만 모범적인 기업 운영으로 문 대통령이 격려 차원에서 참석을 제안했다고 한다.
오뚜기는 온라인에서 정말 드물게 찬사를 받는 기업이다. SNS와 커뮤니티에는 창업주 함 명예회장과 관련된 미담이 도배를 이루고 오뚜기 제품을 구매했다는 인증이 줄을 이었다. 이번 청와대 초청 사실이 알려지면서 SNS글과 게시물이 또다시 폭증했다. “대기업들이 보고 배우라고 불렀다”는 반응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오뚜기는 비정규직 비율이 낮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비율도 높다. 상생 협력차원에서 모범적인 기업”이라며 “생생협력을 잘 실천해온 기업과,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을 모두 만나 격려하고 당부하기 위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오뚜기가 ‘착한 기업’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는 지난 9월 창업주 함 명예회장 별세 직후다. 1992년부터 한국심장재단을 통해 4242명의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들에게 새 생명을 선사했다는 미담이 시작이었다. 일부 재벌의 편법 상속이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을 때 오뚜기는 1500억대 상속세를 5년간 나눠 내기로 했다. 2015년 11월에는 300억원이 넘는 규모의 주식을 장애인 복지재단에 남몰래 기부했다. 이 기부는 금융감독원 공시에서 지분이 줄어든 것이 알려지기 전까지는 누구도 알지 못했다. 최근에는 ‘석봉토스트’에 마요네즈 등 소스를 무상으로 제공한 사실도 뒤늦게 밝혀졌다. 석봉토스트 김석봉 사장이 이 사실을 자서전에 소개했다.
2008년 라면 가격을 100원 올린 이후 지금까지 가격을 올리지 않고 있는 것과 마트에 파견하는 시식 직원까지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서민의 어려움을 아는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했다.
겸손한 태도도 감동을 더했다. 알려진 미담에 대해 오뚜기 홍보실은 “정확한 사실은 알려야겠지만 너무 주목받는 건 부담스럽다”는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는 전언이다. 이를 전한 언론은 오뚜기 측이 보도 자제를 요청할 정도였다고 적었다.
오뚜기는 소비자들의 꾸준한 구매운동으로 라면시장 점유율이 늘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액 2조원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