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여성의 신체 부위를 몰래 찍은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현직 판사의 신상 정보가 인터넷으로 퍼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신상을 유추할 수 있는 보도 속 내용을 근거로 판사의 이름을 추측했고, 판사의 이름을 포함한 게시글을 퍼트리고 있다. 네티즌이 직접 수정·편집할 수 있는 한 인터넷 백과사전에는 이 판사가 '지하철 몰카'사건의 주인공으로 자세히 소개됐다.
23일 국내 한 인터넷 백과사전에는 대한민국 법조인 항목에 A판사의 이름이 등록돼 있다. '지하철 몰카 사건'이 A판사의 소개글 대부분을 차지했다.
2017년 7월 21일 지하철 4호선 열차에서 치마를 입은 20대 여성의 뒤에 서서 휴대폰으로 해당 여성을 여러 번 촬영하다가 현장을 목격한 30대 남성에게 제압되었다. 그 후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역무실로 끌려갔고, 경찰에 체포되었다. 그의 휴대폰에는 아래에서 위 방향으로 촬영한 여성의 허벅지 사진 3장이 발견되었고 다른 사진은 발견되지 않았다. 검거된 시각은 당일 밤 10시경이었다.
죄목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그러나 본인은 동영상 앱이 저절로 작동하여 촬영된 것 같다고 해명하며 혐의를 적극 부인하였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지방경찰청 지하철경찰대는 조사를 마무리한 뒤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다. 우연찮게도 그는 성범죄 재판을 전담하는 판사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A판사의 설명글 중)
23 오전 3시쯤 수정된 A판사의 소개글은 누가 작성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A판사가 지하철 몰카 사건의 주인공이라는 확정적인 어투의 글은 이 백과사전 말고도 다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 수없이 올라왔다.
네티즌이 근거로 삼은 것은 지하철 몰카 판사 사건을 보도한 여러 매체의 보도 내용이었다. 1. 용의자가 현직 판사인 점 2. 부친이 자유한국당 의원이라는 점 3. 그가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만점을 받았다는 점 등 보도에서 겹치는 신상 정보에서 교집합을 찾아보니, 자유한국당의 B의원의 아들 A판사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B의원의 아들이 판사에 임용됐다고 보도됐을 당시 "B의원의 아들은 수능 만점을 받을 정도로 수재"라는 특이 사항이 알려졌는데, 이것이 가장 결정적인 근거였다고 네티즌은 입을 모았다. 나이도 일치했다.
신상 정보외에도 네티즌들은 A판사가 성범죄 재판을 전담하는 판사로 재직 중이라는 사실에 경악했다.
A판사는 17일 오후 서울 지하철4호선 전동차 안에서 휴대폰으로 치마를 입은 20대 여성의 허벅지 등을 촬영한 혐의(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로 불구속 입건됐다. A판사는 경찰 조사에서 "휴대폰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이 저절로 작동해 나도 모르게 사진이 찍혔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