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씨만 있으면 돈을 벌 수 있다. 글이든 그림이든 사진이든 음악이든 재능과 노력을 인정받으면 유명 작가나 화가 못지않은 명성을 쌓을 수 있다. 소셜미디어와 크라우드펀딩은 이런 세상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미국 크라우드펀딩 콘텐츠 플랫폼 패이트리온(patreon.com)에서 ‘사키미찬’(SAKIMI Chan)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신원 미상의 화가도 마찬가지다. 그의 실체는 불분명하다. 일각에서는 캐나다 국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필명을 ‘사키미짱’으로 독음해야 하는 일본인이라는 소문도 있다.
분명한 사실은 그가 매월 2만6000달러(약 2900만원)씩 후원받는 페이트리온 최고의 창작자라는 점이다. 그에게 전해지는 후원금을 하루로 환산하면 100만원, 연봉으로 환산하면 3억5000만원에 달한다. 웬만한 대기업 임원 연봉도 부럽지 않은 금액이다.
패이트리온은 소설 그림 사진 음악 영상 게임 등 콘텐츠 창작자가 후원을 받을 수 있도록 플랫폼을 마련한 크라우드펀딩이다. 건별 지불 개념이 아닌 정기후원으로 창작자가 안정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수수료는 5%로 저렴한 편이다. 사키미찬의 실수령액은 매월 2700만원 이상인 셈이다.
사키미찬의 그림을 보면 이 막대한 후원금 규모를 이해할 만도 하다. 그는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게임 캐릭터를 자신만의 느낌으로 재창조한다. 섬세한 선과 감각적 색상은 물론, 특정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한 ‘취향 저격’이 그가 가진 강점이다. 하지만 그는 좀처럼 신원을 드러내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네임드 그림러’ 정도로 불린다. ‘네임드’는 인터넷 공간의 유명인사, ‘그림러’는 아마추어 화가를 의미하는 인터넷 조어다.
SNS 타임라인은 22일 사키미찬의 그림을 놓고 요동쳤다. 한 SNS 이용자는 “이런 그림 실력이면 많은 후원금도 아깝지 않다. 아마추어 창작자에게 희망을 안긴 입지적 인물”이라고 말해 공감을 얻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