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데이지호가 지난 3월 31일 남태평양 해역에서 침몰한 지 110여일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아직 실종자나 스텔라데이지호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실종자 가족들의 애끓는 심정은 하루하루 타들어가고 있다.
19일 서울 서대문구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에서는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수색 재개 촉구하는 기독인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허경주 실종자가족 공동대표는 “정부에 수색 재개와 컨트롤타워 구성을 요청했으나 아무 것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감리교시국대책위·옥바라지선교센터 등도 정부에 실종자 수색 재개와 사고해역 섬 수색을 요청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지난 13일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만나 사고 해역 인근 섬 수색과 정부 합동대책반 수립을 요구했다. 강 장관은 면담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을 찾기 위해 남태평양 해역의 섬 수색에 노력하겠다”고 가족들에게 답했다. 하지만 이후 18일 열린 외교부 브리핑에선 가족들의 요청을 들어주기 어렵다는 실망스런 답이 돌아왔다.
허 대표는 “섬을 집중 수색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외교부 관계자로부터 직접수색이 아니라 영국이나 브라질 군함이 인근 해역 지날 때 쌍안경을 통해 육안으로 살펴보는 통항수색을 한다고 들었다”며 “정부 합동대책반 수립에 대해서도 진척된 게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교부는 반복해서 스텔라데이지호 사고의 주무부처는 외교부가 맞지만 예산이 부족하다고만 답변했다”고 했다.
실종자 가족은 수색 실적이 전혀 없는 것에도 답답한 심경을 털어놨다. 실종된 허재용(33) 이등항해사의 큰 누나 허영주 공동대표는 “스텔라데이지호에서 물에 뜰 수 있는 물품이 200점이나 되는데 사고 초기 구명조끼 두 개 찾은 것 외에는 아무 것도 발견한 게 없다”고 지적했다. 허재용 씨의 어머니 이영문(68)씨도 “벌써 100일도 넘었는데 그 시간들 어떻게 버텼는지 알 수가 없다”면서 “애타는 마음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자식을 만날 날만 기다리고 있다”고 울먹였다.
실종자 가족은 스텔라데이지호 사고 관계자 회의를 금요일에 진행하고 하승창 사회혁신수석이 직접 브리핑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한 상태다. 허 대표는 “이번 사건을 이렇게까지 수습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부 차원의 컨트롤 타워가 없기 때문”이라며 “하 수석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 대표는 이날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감리교시국대책위 옥바라지선교센터 등 기독인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줘서 고맙다”며 “다른 국민들도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건에 관심 더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날 연대발언에 참석한 전이루(옥바라지선교센터) 목사는 “가족들에게 0.1%의 희망이 있는 한 최대한 실종자 수색하는 게 현 정부의 의무”라며 “예수의 다시 오심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가족들과 함께 실종자들이 돌아오길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김희헌(생명선교연대) 목사는 “문재인 정부에서 스텔라데이지호가 취임 1호 민원이라고 한 만큼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면서 “교회도 문제 해결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세월호 가족 및 시민단체들은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을 돕기 위해 ‘416연대 시민대책위원회(대책위)’를 20일 발족했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은 이날부터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라는 명칭을 쓰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책위에는 416가족협의회·416연대·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감리교시국대책위원회·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옥바라지선교센터·한국기독교회협의회 인권센터·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등 기독교 단체들이 동참했다.
구자창 기자, 박영은 대학생 인턴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