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에 촬영하러 간 독립 PD 2명이 교통사고로 숨졌다.
20일 EBS와 독립PD협회 등에 따르면 박환성·김광일 PD는 지난 14일(현지시각) 밤 8시45쯤 남아공에서 촬영을 마친 뒤 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다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차량과 정면 충돌했다. 이 사고로 두 PD와 현지인 등 3명이 현장에서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PD는 10월 방영 예정인 EBS ‘다큐프라임-야수의 방주’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지난 8일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촬영을 떠났다가 변을 당했다. 특히 박환성 PD는 이 프로그램 제작과 관련해 방송사의 부당한 '간접비' 요구 관행에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을 요구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타파의 최승호 PD는 페이스북을 통해 “그는 제가 아는 최고의 동물다큐 PD였습니다. 박환성PD. 독립PD로서 늘 해외의 가장 어려운 촬영 현장을 온몸으로 견디며 진귀한 자연 영상을 선사해오던 사람이었습니다”라면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지상파 방송사의 갑질을 견디기도 하고, 때로는 가장 앞자리에서 싸우면서도 프로그램에서는 늘 최고의 위치에서 내려오지 않았던 그와 동료 김광일 PD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운명은 참 공평하지 않다는 생각을 합니다”라고 했다.
최 PD는 “남아공에서 운전기사를 고용하지 못해 밤 늦은 시간에 스스로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이야기에 더욱 가슴 아픕니다. 박환성 PD와 동료 PD를 운구하는 데도 많은 비용이 들어 독립피디협회가 모금하고 있습니다.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도 19일 “두 PD를 가족 곁으로 데려오기 위한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며 “시신 운구 비용 마련을 위한 모금을 하고 있다. 많은 분이 마음을 보태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독립PD가 제작비와 촬영기간에 쫓겨 아등바등하다 목숨을 잃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BS는 보도자료를 통해 “두 PD의 죽음에 삼가 조의를 표하며, 고인들을 한국으로 모셔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면서 “이를 위해 독립PD협회, 유가족들과 함께 협의를 진행 중이고, 외교부 및 현지 대사관에 협조를 요청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독립PD협회는 지난 19일부터 박환성‧김광일 PD의 귀환 비용 마련을 위한 모금을 시작했다. 협회는 “두 PD를 한국으로 운구하려면 직계가족이 직접 가야 하는데 많은 비용이 든다”면서 “해외에서 순직한 PD들을 한국으로 귀환시킬 비용 마련을 위한 모금 계좌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까지 고인의 시신을 운구하는 데는 약 10일에서 14일가량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