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청와대 '화이트리스트' 문건 나왔다… '보수논객 육성' 등 구체적

입력 2017-07-20 16:20

박근혜정부가 보수세력 육성을 위해 구체적인 대책 문건을 작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정반대인 친정부 '화이트리스트'의 존재가 확인된 셈이다. 박근혜정부는 비판적 문화예술계 인사 명단을 만들어 지원을 차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수논객' '청년보수' '보수단체'를 위한 적극적 지원 대책을 추진했다.

청와대는 20일 최근 발견된 박근혜정부 청와대 문건의 분석 결과를 일부 공개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국정상황실에서 추가로 발견됐던 박근혜정부 문건 중 504건의 분류작업이 마무리됐다"며 그 가운데 일부의 제목과 개요를 간략히 밝혔다.

◇ “청년 보수단체 육성하라”


공개된 문건 개요에는 박근혜정부 청와대 집권 3년차에 보수 세력을 집중 육성하려 한 구체적 정황이 드러나 있다. 2015년 4~6월 작성된 '국정환경진단 및 운영기조'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보수 논객 육성 프로그램 활성화 등 홍보역량 강화' '보수단체 재정 확충 지원 대책' '상대적으로 취약한 청년과 해외 보수세력 육성 방안' 등이 담겨 있었다. 확고한 보수지지층 확보를 위해 방송채널을 통한 보수이념 전파, 청년층으로 보수층 저변 확대를 추진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 2015년 7월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결과 문건에는 "신생 청년보수단체들에 대한 관련 기금 지원을 적극 검토한다"는 내용이 있다. 박 대변인은 "특정 이념 확산 방안을 청와대가 직접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의 브리핑은 제목과 개요만 공개하는 선에서 그쳤다. 구체적 내용에 대해선 "더 자세한 것은 말하기 어렵다"고 언급해 문건에 지원 대상인 보수 인사와 단체명이 적시돼 있음을 시사했다. 박 대변인이 구체적 언급을 피한 것은 청와대가 이를 직접 공개할 경우 정쟁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박 대변인은 “국가안보실에서도 문건이 발견됐으나 성격과 내용이 달라 오늘은 국정상황실 문건만 말씀드리겠다”며 “이곳은 이전 정부에서는 정책조정수석실의 기획비서관실로 사용됐다”고 부연했다. 현재 청와대는 안보실에서 발견된 문건 분류작업도 진행중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안보실에서 나온 게 지금까지 발견된 문건보다 더 많을 것”이라며 “(분류에) 장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 “삼성물산 합병에 국민연금 동원”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청와대가 적극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문건도 발견됐다. 박 대변인은 “삼성물산 합병안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과 해외 헤지펀드에 대한 국내 기업의 경영권 방어대책 검토,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 주장에 대한 쟁점 및 정부 입장 점검이라는 문건이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구체적 시점을 밝히지 않았지만 삼성물산 합병 건을 놓고 삼성그룹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치열한 다툼을 벌이던 2015년 6~7월 상황에 대해 청와대가 실시간 모니터링한 문건으로 해석된다. 당시 국민연금은 사회적 논란이 큰 합병 건에 대해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 행사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내부 투자위원회 결정만으로 삼성물산 합병을 찬성했다. 이 문건은 삼성물산 합병 건과 관련해 당시 청와대의 움직임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 “박원순, 청년수당 지급 강행하면 불이익 조치”

청와대가 ‘청년수당’ 지급 문제를 놓고 대립하던 박원순 서울시장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려 했던 상황도 문건에 나와 있다. 박 대변인은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에 대해 정부가 무조건 반대한다는 프레임이 작동하지 않도록 하면서 서울시 계획의 부당성을 알려나가야 한다는 내용의 문건도 있다”며 “서울시가 청년수당 지급을 강행하면 지방교부세 감액 등 불이익 조치를 하라는 것으로 볼 때 청와대가 직접 서울시에 대한 조치를 강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그 외에도 공동육아 협동조합,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 등과 관련된 문건들이 있다”며 “문건 분류 및 분석 작업을 마치는대로 특검에 사본을 제출하고 원본은 대통령기록관에 이관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 “카카오톡 좌편향 자동연관검색 개선”

박근혜정부 청와대가 SNS의 ‘좌편향'에 대해 대책을 논의한 내용도 포함돼있다. 박 대변인은 “카카오톡 ‘#검색’ 기능과 관련해 좌편향적인 자동연관검색어 논란이 있으니 이를 개선토록 주문한 내용이 있다”며 “포털 뉴스서비스의 사회적 책임 강화 문건에는 언론사로서의 위상 부여, 포털의 수익환류 제도 추진·검토 내용이 있다”고 밝혔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