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새벽 서울 신당동에서 전 남자친구에게 무자비하게 폭행당한 피해자로 추정되는 여성이 SNS에 당시 상황을 전하는 글을 남겼다.
피해자 A씨는 19일 페이스북에 사건을 처음 보도한 언론 기사를 링크한 뒤 “데이트 폭행이라니, 여자친구라니, 이미 헤어진 지 일주일쯤? 됐는데, 얘는 기자한테 뭐라고 말한 걸까”라며 ‘데이트폭력’이라는 보도 내용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일주일 전쯤 이별한 전 남자친구가 찾아와 자신에게 폭력을 휘둘렀다는 것으로 ‘데이트 폭력’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내가 다신 보지 말자 말하고 친구와 통화하는 중이었는데 전화기를 뺏고 폭력을 행사했다”며 “기자가 하나도 맞게 쓴게 없다. 너무너무 화가 난다”고 적었다.
피해자 A씨는 이어 기사에 달린 악플에도 분노했다. 그는 “댓글은 왜 이 모양이냐, 내가 왜 문제인 건데, 얘가 찾아오고 얘가 날 때린건데, 난 맞고만 있는 게 죄라는 거냐?”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A씨는 또 게시물에 팔로들의 위로가 이어지자 전 남자친구 손모씨가 경찰서에서 보낸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구속된 가해자 손씨는 “아프지 말고 잘 지내라. 미안하다. 끝까지 이런 모습 보여줘서 미안하다. 한 2~3년 살 것 같다. 그 동안 많이 좋아했고, 행복했다. 잘 살아라”라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피해자 A씨는 18일 신당동 약수사거리 인근에서 만취한 손씨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2~3분간 주먹과 발로 구타가 이어졌다. 목격자들은 “A씨가 손을 뻗으며 살려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A씨는 얼굴 타박상에 앞니 3개가 빠지고 다른 치아 2개가 부러지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가해자 손씨는 사건 직후 트럭과 택시를 번갈아 타고 달아나려다 시민들이 뒤를 쫓자 결국 사건 현장으로 되돌아와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경찰에서 “일이 커지겠다는 생각이 들어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서로 연행된 손씨는 물을 경찰관 얼굴에 뱉는 등 난동을 부리다 특수폭행과 음주운전,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19일 구속됐다.
피해자 A씨는 손씨의 구속을 전하는 기사를 페북에 링크한 뒤 “내가 사준 옷과 신발을 착용하고 날 때렸다”는 글을 남겼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