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군 이서면에 놓인 한 음식 냉장고가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 주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이 냉장고는 지난 2월 전북혁신도시의 한국전기안전공사 건너편 길가에 설치됐다. 이름은 '행복채움 나눔냉장고'. 독일의 '푸드 셰어링(음식 나눔)' 제도에 착안해 시작됐다. 냉장고 옆에는 "매일 매일 채워지는 나눔냉장고 음식은 필요한 이웃 누구나 무료로 가져갈 수 있어요"라고 적혀 있다.
완주지역 자활센터 푸드뱅크 사업단의 기부, 지역 내 여러 마트와 식료품점의 도움으로 냉장고는 매일 아침 가득 채워진다. 주민들도 직접 만든 반찬과 수확한 쌀 등을 가져다 놓는다.
이 냉장고는 최근 음식 보관과 나눔이란 목적 외에 주민들의 사연이 오가는 우체통 역할도 하고 있다. 만성질환을 겪고 있다고 밝힌 한 이용자는 얼마 전 "제 형편과 가난을 드러내지 않고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좋습니다. 그동안 제가 살아오면서 사회와 사람들로부터 받은 메시지는 '죽어라'였는데 이 냉장고는 저에게 '살아보라고' '버텨보라고' 용기를 주는 것 같습니다"라는 메모를 남겼다.
냉장고를 이용한 후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사람도 많았다. 한 이용자는 "저희 남편이 택배 일을 하는데 이곳에 들러 끼니를 해결한다면서 고마워합니다. 너무 감사해서 조금이나마 보답하고자 제육덮밥 소스와 소불고기 덮밥을 두고 갑니다"라고 쓴 포스트잇을 붙였다.
이런 메모는 다른 메모를 불렀다. 냉장고에 들르는 사람, 지나치는 사람들이 사연 담긴 메모를 읽었고 그들은 또 글을 남겼다. "주말에 베이글 놓고 가신 분 고마워요. 저 사실은 베이글이란 거 처음 먹어봤어요. 잘 먹었습니다"라는 메모처럼 시간이 갈수록 냉장고에 포스트잇을 붙이는 일은 자연스러운 소통 방식이 됐다.
나눔냉장고의 단골손님은 노인과 일일근로자, 장애인 등이다. 하루 평균 50여명이 사용하며 '릴레이 기부 문화'를 만들고 있다.
문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