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닛 어스? 플래닛 플라스틱!… 지구의 83억t '플라스틱 쓰나미'

입력 2017-07-20 13:19
BBC 웹사이트 캡처

지상 102층, 381m 높이의 미국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1932년 완공돼 40년 넘게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이 거대한 빌딩을 2만5000개 짓는다고 가정하고, 이를 플라스틱으로 환산해보면 83억톤이 필요하다. 

미국의 과학자들이 지구에서 여태 만들어진 플라스틱의 양을 계산해보니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2만5000개에 해당하는 수치가 나왔다. 어마어마한 양의 플라스틱이 만들어지는 데는 고작 65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문제는 이 플라스틱이 지구를 뒤덮으면서 우리의 건강과 환경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BBC방송은 19일(현지시간) 이 문제를 추적한 캘리포니아대 산타바바라캠퍼스 롤랜드 가이어 박사 연구팀의 논문이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실렸다고 전했다. 논문은 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이 만들어지고 어떻게 쓰이는지, 또 어떻게 버려지는지 등을 처음으로 수치화했다.

논문에 따르면 지금까지 지구에서 83억톤의 플라스틱이 생산됐고 이 중 절반은 지난 13년 동안 만들어졌다. 생산된 플라스틱의 30%를 현재 사용 중이며, 버려진 플라스틱 중 9%만이 재활용됐다. 2014년 기준으로 유럽이 30%의 재활용률을 보였고, 중국은 25%, 미국 9%에 그쳤다. 약 12%는 소각된 반면, 79%는 매립돼 버려졌다. 플라스틱용품 중 가장 빨리 사용되고 버려지는 품목은 ‘포장’, 가장 오래 사용되는 제품은 건설 및 기계류에 쓰이는 자재였다.


논문은 현재 추세대로면 2050년까지 120억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롤랜드 가이어 박사는 “지구는 급격히 ‘플라스틱 행성’이 되고 있다”며 “우리는 플라스틱 같은 재료의 사용을 재고해야만 한다”고 BBC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1950년대 대규모 생산이 시작된 뒤로 플라스틱은 음식 포장, 옷, 비행기 부품 등 우리 주변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이 플라스틱으로 인한 문제도 함께 급증했다.

플라스틱 대부분은 미생물에 의해 환경친화적으로 분해되지 않는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영구 처분하는 유일한 방법은 파괴적으로 연소시키는 것인데, 열분해 또는 단순 소각의 방법이 있다. 후자는 사람들의 건강에 특히 해롭다.

마땅한 처리 방법을 찾지 못하는 동안 쓰레기더미는 쌓여가고만 있다. 가이어 연구팀은 세계 플라스틱 잔해가 아르헨티나 국토를 다 뒤덮을 만큼 많다고 말했다. 가이어 박사는 '공론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는 “측정할 수 없다면 다룰 수도 없다”며 “이 때문에 우리는 세계에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주장하는 것 대신, 숫자를 보여줘 진정한 토론을 시작할 수 있게 하자고 생각했다”고 했다.


앞서 연구팀은 2015년에도 매년 바다로 배출되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약 800만톤이라는 내용이 담긴 논문을 내놓았다. 흘러들어간 폐기물을 물고기나 다른 해양 생물이 섭취할 경우 먹이사슬에 편입되기 때문에 우리 건강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

재활용 비중이 증가하고 있고 새로 나오는 화학제품은 미생물에 의해 환경친화적으로 분해되지만, 플라스틱은 버리고 새로 만들어 쓰는 게 훨씬 싸기 때문에 사용을 줄이는 것이 쉽지 않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해양학자 에릭 반 세빌 박사는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을 추적해 왔다. 그는 “쓰레기 쓰나미가 발생했다. 이를 빨리 처리해야 한다”며 “세계 폐기물 업계는 공동 행동을 취하고 계속 불어나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자연에 버려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추세로는 2060년이 돼서야 플라스틱 재활용이 매립이나 자연에 버려지는 것보다 많아진다. 너무 느리다.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법에 급진적인 변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플리머스 대학의 리차드 톰슨 해양생물학 교수는 “병을 20번 재활용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낭비를 상당히 줄이는 것”이라며 “플라스틱 제품도 재활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다면 여러 번 재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가이어 박사 역시 “가능한 한 반복해서 재활용해야 한다”며 “하지만 우리 연구에 따르면 재활용된 플라스틱의 90%는 오직 한 번만 재활용됐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