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사관이 퀴어축제에 불참한 이유는?

입력 2017-07-19 17:26 수정 2017-07-19 17:45
주한 미국대사관이 지난 15일 개최됐던 퀴어축제를 앞두고 벽면에 무지개 플래카드를 게시했다. 주한 미국대사관 홈페이지 캡쳐

2년 연속 퀴어축제에 참여했던 주한 미국대사관이 올해 불참 사유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미국 부통령실의 지시에 따른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답변하지 않았다. 

주한 미국대사관 관계자는 19일 '이번 퀴어축제 때 부스를 설치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국민일보의 질문에 대해  "특정 축제에서 부스를 설치하거나 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대사관의 지속적 성소수자 인권 지지에 있어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면서 "주한미대사관은 전반적인 인권 정책의 일환으로 성소수자의 인권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동성애자 부모모임 책자발간 등 간접적 방법으로 동성애자 단체를 지원해 왔다. '나는 성소수자의 부모입니다' 책자 캡쳐

그러나 미 대사관은 '퀴어축제 불참이 지난달 27일 미국을 방문한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실 관계자를 만나 미 대사관의 퀴어축제 참여를 비판한 것과 관련돼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달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미국 워싱턴DC 힐튼호텔에서 '한미 기독교지도자 오찬기도회'를 갖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실 관계자에게 퀴어축제에 참여하는 미대사관의 행태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유관재 기독교한국침례회 총회장은 "부통령실 관계자는 당시 면담 때 '한국의 퀴어축제 때 미대사관이 부스를 설치하는 것은 미국 정부의 공식입장이 아니며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미대사관의 퀴어축제 불참이 이와 관련된 게 아닌가 생각된다. 미국은 문화 제국주의적 태도로 더이상 부도덕한 성문화를 한국에 이식시키려고 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책자 제작 지원 등 간접적 방법으로 동성애자 단체를 후원하고 있다.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 가이드북' 책자 캡쳐

주한미대사관은 2015년부터 2년 연속 퀴어축제에 부스를 설치했으나 올해는 무지개 플래카드만 벽면에 부착할 뿐 참여하지 않았다. 

주한미대사관은 서울과 대구에서 개최된 퀴어축제 때 홍보부스를 설치하고 동성애자부모모임 책자 발간에 후원하는 등 우회적 방법으로 동성애자 단체를 지원해 왔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