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잡아왔어요?”… 초등생 살인사건 재판서 나온 ‘송곳 질문’

입력 2017-07-19 17:01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검찰이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공범 박모(19)양의 살인방조 혐의 재판에서 “단순 역할극인 줄 알았다”는 박양의 주장을 뒤집기 위한 ‘송곳 질문’을 던졌다.

17일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허준서) 심리로 열린 박양의 제3차 공판에는 박양과 함께 ‘캐릭터 커뮤니티’에서 활동한 A씨가 출석했다. 캐릭터 커뮤니티는 온라인에서 가상 캐릭터로 역할극을 하는 모임이다.

A씨는 2014년 박양과 캐릭터 커뮤니티를 통해 알게 돼 10여 차례 만나고, 역할극도 3차례 하며 친하게 지냈다고 밝혔다. 박양은 그동안 주범인 김모(17)양과 범행 전 주고받은 메시지는 실제 살인 공모가 아니라 역할극인 줄 알고 했던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날 A씨 역시 박양이 이번 사건을 100% 역할극으로 생각했을 것이라고 옹호했다.

그러자 검찰은 갑자기 A씨에게 이렇게 물었다. “증인, 그거 잡아왔어요?” A씨는 어리둥절해 하며 “네?”라고 반문했다. 검찰은 “증인은 검사의 ‘그거 잡아왔어요’에 대해서 도저히 답변 못 하겠죠? 그것은 검사가 말하는 게 뭔지 모르기 때문이죠?”라고 물었다. A씨는 다시 “네”라고 말했다.

검찰은 “A씨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 이유는 사전에 논의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뒤이어 검찰은 “어느날 점심에 뜬금없이 다짜고짜 ‘잡아왔어’라는 카톡이 왔다면 뭐라고 답하겠냐”고 물었다. A씨는 “‘그게 뭐야’라고 할 것 같다”고 답했다. 박양과 김양이 나눈 카카오톡 대화의 맥락을 이용한 질문이었다. 박양이 사전에 김양과 공모하지 않았다면 “잡아왔어”라는 문자에 “살아있어?”라고 반응하지 않았을 거라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검찰은 또 A씨에게 “김양은 박양과 통화하면서 울부짖으며 패닉 상태로 ‘눈앞에 사람이 죽었어’라고 얘기했다. 이런 경우에도 역할극이라고 생각할 수 있나”라고 질문했다. A씨가 “잘 모르지만…”이라고 하자 검찰은 “잘 모르지만 증인은 해 본 적 없고 이런 역할극을 다른 사람이 했다는 것을 들은 것도 없죠?”라고 재차 물었다. A씨는 “네”라고 말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김양은 지난 3월 29일 인천시 연수구의 한 공원에서 만난 초등학교 2학년 여아를 집으로 유인해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아파트 옥상의 물탱크 근처에 버린 혐의(영·유아 약취 유인 및 살인)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박양은 김양이 범행 당일 가지고 온 시신의 일부를 받아 버린 혐의(살인방조 및 사체유기)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박양과 김양이 주고받은 뒤 삭제한 ‘트위터 다이렉트 메시지’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법무부를 통해 미국 트위터 본사에 관련 자료를 요청한 상태다. 이 자료를 입수하는대로 박양의 ‘살인방조’ 혐의를 ‘살인교사’로 바꿀지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양의 다음 재판은 다음달 10일이다. 재판부는 박양보다 하루 앞서 열리는 김양의 구형 공판을 늦춰 박양과 같이 재판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