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 국제학부 2학년에 재학 중인 이보람씨(21)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체험하고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살아낼 힘을 얻었다. 어린 나이로 꿈에 그리던 UN 회의에 다녀 온 이씨는 예수님의 모습을 닮아가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당찬 포부에 부풀어 있다.
지난 17일 제61차 유엔 여성지위위원회(CSW·Commission on the Status of Women) 참가자 평가회 자리가 마련된 한국YWCA 연합회에서 이씨를 만났다.
이씨는 지난 3월 10~20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CSW에 한국청년 대표로 파견된 일을 인생 최대 사건이라고 말했다. 각종 회의를 참관하고 각 국 대사들 앞에서 한국 위안부 주제 발표를 진행했다. 국제기구 근무를 꿈꾸는 그녀에겐 기적 같은 일이었다.
CSW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 산하 위원회로 매년 각 국가와 국제기구 대표들이 모여 여성의 권리 신장을 위한 정책 사례를 공유하는 행사다. 올해 주제는 ‘변화하는 직업 세계에서 여성의 경제적 역량 강화’였다. 한국YWCA는 지난해 ECOSOC의 협의 지위를 승인 받아 여성 정책 발전을 위한 국제 협력 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 2번째로 청년대표를 파견했다.
UN은 국제기구 진출을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꿈과 같은 곳이다.
이씨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의 대학교 선배이신 이천진 목사께서 한양대 교목이거든요. 인사 드리러 갔다가 우연히 교내 채플 동아리 ‘다솜’에 들어가게 됐어요. 다솜에서 만난 사람들과 깊은 신앙적 교류와 교제로 즐겁게 활동하던 중 2016년 CSW 청년 대표로 파견됐던 선배와 연이 닿았죠. 선배가 2017년 CSW 모집 공고를 알려준 순간, 바로 지원했어요.”
1차 서류 면접과 2차 전화 인터뷰까지 거쳐 CSW 청년 대표로 선발된 것 만으로도 놀라운 일이었는데, 은혜가 계속됐다. 나쁜 날씨마저 감사의 제목으로 바뀌었다.
“갑자기 폭설이 와서 UN의 모든 회의가 취소됐어요. 이례적인 일이었죠. 회의 일정 때문에 다른 참가자들과 교류할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그 날 저희 호텔방에 아시아 YWCA지역 참가자들을 초대해서 대화할 수 있었어요.”
특별히 아시아 여성으로서 공통된 여성 이슈에 대해 심도 깊게 나눠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당시 유엔 특보로 있었던 강경화 장관과도 만남의 기회를 가졌다. 이씨는 “9박 10일의 일정을 하나님께서 은혜로 가득 채워주셨다"고 말했다.
이씨는 CSW 경험을 통해 장소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했다.
“함께 문제를 풀어놓고 토론하는 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어요. 각 국 대표들을 만나면서 제가 얼마나 수동적으로 활동하고 있는지도 반성했어요.”
이씨는 CSW 이후 여러 수업에서 자신의 경험을 발표했다. 학과 홈페이지에도 자신의 사례가 소개됐다. 이씨는 그러나 자신의 삶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삶에 큰 변화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여전히 미래는 불안하고 알바를 하면서 학점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하는 20대의 삶 그대로죠.”
그래도 하나님의 은혜는 잊지 않고 있다.
“하나님께서 내 삶에 개입하고 인도해주신다는 것을 믿기 때문에 저는 그저 현실에 충실하며 제가 노력할 수 있는 부분에 최선을 다할 뿐이에요.”
이씨의 관심사는 여성 문제를 뛰어 넘는다. 그녀는 ‘트리허거(Tree-hugger·환경 보호 운동가)’로서 활동하고 싶다고 했다.
“기후 변화가 지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일상으로 돌아온 지 반년이 다 돼 가지만 이씨는 여전히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 그녀는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예수님이 사신 길을 따라 걷고 싶다”면서 “주님이 이끄는 대로 살면 분명 놀라운 일이 펼쳐질 것 같다”고 기대했다.
임희진 대학생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