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에 제가 공동위원장으로 직접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9일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식당에서 취임 한 달을 맞아 기자들을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도 장관은 “조사위 준비팀이 꾸려져 인원, 활동기간, 운영방식 등에 대한 이견을 좁혀온 만큼 조사위가 조만간 본격 가동될 것”이라며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새로운 사실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조사위가 출범하면 특검이나 검찰에서 세세하게 조사되지 않았던 부분까지 면밀하게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체부 장관이 책임감을 가지고 조사위에 참여하라는 주문이 나오고 있는데, 공동위원장을 맡는 것을 논의중”이라고 덧붙였다.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그동안 조윤선 전 장관 등 정무직은 재판에 넘겨졌지만 실행에 깊숙이 관여한 일부 문체부 관료들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도 장관은 “‘늘공(늘 공무원)’이든 ‘어공(어쩌다 공무원)’이든 책임질 것은 책임져야 한다”면서도 “지난 정부에서 문체부가 부당한 지시에 시달렸는데, 이제라도 문체부 공무원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영혼을 가진 공무원이 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또 “(박근혜 정권에서 낙하산으로 내려온)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장들도 정해진 임기가 있는 만큼 강제로 바꿀 수는 없다”며 인위적으로 교체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날 예술의전당과 국립오페라단 등 국공립 공연장과 단체의 운영 등 공연 생태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그동안 근본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땜질식 처방에 급급한 문체부의 책임이 크다는 비판이 많았다. 도 장관은 “현안에 매몰되다보니 공연 생태계만이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장기적인 정책과 전략을 만들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에 20~30년 앞의 미래를 내다볼 문화전략팀(가칭)을 만들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조만간 조직개편을 하면서 체육정책실장, 관광정책실장, 문화콘텐츠산업실장 1급 실장 자리 3개를 폐지하고 국 단위로 재편한다. 문화콘텐츠분야는 콘텐츠정책국·저작권국·미디어정책국으로, 체육정책실은 체육국으로, 관광정책실은 관광정책국으로 바뀌게 된다. 불필요한 단계를 없애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외에 주요 통상 협상에서 문화·체육·관광분야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전담조직으로 문화통상협력과를 새로 설치한다. 지역문화·예술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기존 문화기반정책관 대신 지역문화정책과·문화기반과·도서관정책기획단으로 구성된 지역문화정책관을 문화예술정책실 내에 신설하기로 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