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최근 재입북한 뒤 북한선전매체에서 남한을 비난한 탈북민 임지현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와 재입북 경위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임씨는 지난 4월까지도 종편 예능방송에 출연했지만, 돌연 재입북해 지난 16일 북한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가 공개한 영상에 등장했다.
서울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는 임씨가 어떤 경로와 과정을 거쳐 다시 북한으로 갔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 사람이 우리 사회에 어떤 해악을 끼쳤는지, 국가에 위험성이 있는지 살피고 있다”며 “국가보안법 제6조의 잠입·탈출죄를 저질렀는지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국가보안법 제6조 제1항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부터 잠입하거나 그 지역으로 탈출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우선 임씨 주변의 지인을 탐문하고 임씨의 금융·통신 기록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납치설’ 등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재입북 경위를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절대 간첩은 아닌 것 같다”며 “간첩이었다면 적어도 대한민국에 와서 3년 만에 소환될 리는 없다”고 의견을 밝혔다. 임씨처럼 한국에서 방송활동을 하고 있는 탈북민 이소율씨도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임씨가) 간첩이라 생각 안 한다”며 “간첩인 경우엔 공개적으로 TV에 나올 수 없다. 신변을 숨겨야 하는데 공개적으로 (한국에서) 활동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란봉 클럽’ 같은 탈북자들이 나오는 프로그램들도 북한으로 전파되는데, 주민들이 많이 동요한다”며 “‘우리도 탈북하면 저 사람들처럼 살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임씨가 영상에서 남한을 비난한 것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살던 눈빛과 북한 TV에 나온 눈빛과 다르다”며 “누가 봐도 협박과 고문을 당한 것이다. 살려달라는 얼굴이다”라고 추측했다.
임씨는 지난 16일 북한 대외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가 공개한 ‘반공화국 모략선전에 이용되었던 전혜성이 밝히는 진실’이라는 제목의 영상에 ‘전혜성’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다. 임씨는 영상에서 “2014년 1월 탈북했고 지난 6월 조국(북한)의 품에 안겼다”며 “평안남도 안주시 문봉동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종합편성채널에 ‘임지현’이라는 가명으로 출연했고 국방TV에도 출연한 적이 있다”며 “(한국 방송국이) 시키는 대로 악랄하게 공화국을 비방하고 헐뜯었다”고 주장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