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 드러낸 미세먼지, 국내산 52% 중국산 34% 북한산 9%

입력 2017-07-19 15:00

국내 미세먼지 발생의 주된 원인이 국내에서 생성되는 화학물질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세먼지 발생 원인을 찾기 위해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1년간 추적 조사를 벌인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는 34%를 차지했다. 

환경부는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미 협력 국내 대기질 공동조사(KORUS-AQ)’ 설명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5월 2일부터 6월 12일까지 나사와 공동으로 대기질 조사를 실시했다. 나날이 심해지고 있는 고농도 미세먼지의 원인과 이동경로를 규명하기 위해서였다.

조사 결과 국내 미세먼지(PM2.5) 발생에 국내 요인이 기여한 비율은 52%였다. 통념과 달리 중국 요인의 기여율은 34%로 국내 요인보다 낮게 나타났다. 그 외 북한요인이 9%, 기타 요인이 6%로 분석됐다.

특히 국내 요인에 따른 미세먼지 발생량만도 세계보건기구(WHO)의 일평균 미세먼지 권고기준인 25㎍/㎥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산' 미세먼지를 줄이는 다양한 노력이 시급해졌다.

◇ 한국 미세먼지의 정체

미세먼지는 발생원에 따라 크게 두 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굴뚝 등의 발생원에서 나오는 고체 상태의 1차적 발생 미세먼지와 발생원에서 가스 상태로 나온 물질이 공기 중의 다른 물질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생성된 2차적 발생 미세먼지다.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은 2차적 발생 미세먼지다. 인체에 더 유해한 작은 입자의 미세먼지일수록 2차 생성물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조사에서도 미세먼지 입자의 직경이 1㎛보다 작은 초미세먼지(PM1) 중 배출원에서 직접 배출된 1차적 생성물은 4분의 1 미만이었다. 4분의 3 이상은 가스 상태의 물질이 공기 중에서 다른 물질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생성되는 2차 생성물이었다.

미세먼지 직경이 2.5㎛보다 작은 초미세먼지(PM2.5)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4월 환경부가 발행한 ‘미세먼지, 도대체 뭘까’ 소책자에 따르면 수도권의 경우 화학반응에 의한 2차 생성 비중이 전체 미세먼지(PM2.5) 발생량의 약 3분의 2를 차지할 만큼 매우 높았다.

2차 발생 미세먼지의 생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국내 요인이었다. 2차 생성 원인물질로는 휘발성유기화합물이 입자로 변한 유기물질이 가장 많았고, 황산화물이 대기 중에 배출된 후 화학반응을 일으켜 생성되는 황산염, 질소산화물이 만들어내는 질산염이 그 뒤를 이었다. 

국립환경과학원과 나사 연구진은 “반응성이 높은 휘발성유기화합물과 결합된 질소산화물은 대기 중 체류시간이 짧기 때문에 국경을 넘어 장거리 이동을 하지 못한다”며 “상당 부분 국내 배출원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대기오염 개선의 핵심 열쇠

이번 연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질소산화물과 휘발성유기화합물, 그 중에서도 톨루엔 같은 유기화합물질을 감축하면 미세먼지와 오존오염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질소산화물과 휘발성유기화합물은 미세먼지 뿐만 아니라 오존도 만들어낸다. 대기오염의 주범이다. 질소산화물과 휘발성유기화합물은 대기 중에서 다른 물질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미세먼지를 2차 생성할 뿐만 아니라 기온이 오르고 일사량이 증가하면 광화학반응을 일으켜 오존도 만들어낸다.

안준영 국립환경과학원 연구관은 “오존과 미세먼지가 생성될 때 그 중간물질들 사이 상관관계를 보면 상당히 일치한다”며 “오존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들이 미세먼지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오존을 발생시키는 질소산화물과 휘발성유기화합물을 줄이면 미세먼지 농도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휘발성유기화합물은 석유화학·정유·자동차 배기가스·페인트나 접착제 등의 건축자재에서 주로 발생한다. 황산화물은 석탄·석유 등의 화석연료가 연소되는 과정에서 배출되며, 질소산화물은 주로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배출된다. 이는 국내 화력발전소와 자동차 배기가스 등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의 양만 줄여도 대기환경 개선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조사결과로 현 정부의 미세먼지 감축 대책은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 15일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응급대책으로 30년 이상 노후한 석탄화력발전소의 일시 가동 중단(셧다운)을 지시했다.

물론 이전 정부도 지난해 6월 3일 범부처 차원의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을 발표해 화력발전소나 산업장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을 저감하고, 노후 경유차를 저공해화 조치하고, 도로에 쌓인 먼지들을 청소하는 분진흡입차들을 보급하는 등의 대책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셧다운은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조치다. 선제적으로 노후 화력발전소 가동을 일시정지시키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유철 환경부 대기정책과 연구사는 “구체적인 수치는 현재 분석 중이나 문재인 정부의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셧다운제가 대기환경 개선에 결정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