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판매점들의 생계를 위해 로또 인터넷 판매를 재검토해주세요.”
“마블링 중심의 쇠고기 등급제 보완을 요구합니다.”
“동물보호법을 개정해 반려동물들이 물건이 아닌 생명으로 대접받게 해주세요.”
“남북평화를 위해 남북 야생동물이 교류할 생태통로를 만들어주세요.”
“블로그마켓, SNS마켓 등 새로운 시장에 대한 과세 등이 필요합니다.” 등등…
이 목소리들은 단순한 민원이 아니다. 문재인정부가 향후 5년간 국정운영을 통해 수행해야 할 주요 국정과제들의 일부다. ‘광화문 대통령’을 자처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국민주권시대’의 첫걸음인 셈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19일 문재인정부의 국정운영 나침반이 될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국정기획위는 ‘국민이 주인인 정부’ ‘더불어 잘사는 경제’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등 5대 국정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위한 100대 국정과제와 487개 실천과제를 함께 공개했다.
국정기획위는 “2016년 촛불시민혁명은 국민이 통치의 대상이 아닌 나라의 주인이자 정치의 실질적 주체로 등장하는 국민의 시대를 예고했다”며 “문재인정부의 등장은 국민주권시대의 개막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의 폐쇄적이고 일방적인 정책 결정 과정에서 탈피해 국민 모두가 정부와 함께 국정 전 과정에 참여하고 정책을 입안·결정하는 정부 혁신을 모색했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국정기획위는 지난 5월 24일 산하에 국민인수위원회를 출범시킨 뒤 온·오프라인 정책제안 창구인 ‘광화문1번가’를 설치해 국민들에게 직접 제안을 받았다. 국정기획위는 지난 12일까지 접수된 16만4912건(정책제안 15만4878건)의 국민제안 가운데 국민인수위와 부처 등의 검토를 거쳐 99건을 선별해 국정과제에 반영했다.
99건의 국민정책제안 가운데 우선 문재인정부가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좋은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요구가 눈에 띈다. 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주차관리 등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확충할 수 있는 일자리를 노인층에 공급” “고령자들이 단순노무직이 아닌 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게 지원” 등 노인 일자리에 대한 관심 촉구가 있었고, “사회복지 인력의 처우 개선방안 마련” “인턴 레지던트에게도 근로자로서 정당한 대우” 등 열악한 일자리 개선 요구도 잇따랐다. 이밖에 “탁월한 인재들과 이들을 원하는 이들이 손쉽게 연결되는 일자리 네트워크 플랫폼” 같은 일자리 매칭 제안도 있었다.
국민의 안전 문제도 주요 관심사였다. 최근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주범이 된 미세먼지와 관련해 “정부차원의 미세먼지 문제 해결” “식물 활용한 생활 속 미세먼지 제거기술 개발”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의거한 초미세먼지 기준 강화” 등의 요구가 나왔다. 또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 보육기관 평가를 학부모(어린이)가 할 수 있는 방안 마련” “학교폭력 처벌 강화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한 가해자 이전 및 피해자와의 접촉 제한”처럼 자녀들이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외에 “염산, 황산 등 독성 화학물질 구입·유통 규제 강화 통해 국민안전 보장” “항공분야 의무 종사인원 증원 등을 통한 일자리 확충과 국민안전” 등이 있었다.
언론에 대한 불신도 엿보였다. “언론이 오보에 책임지지 않는 경우 벌점제 등 강력 처벌” “언론의 부정적 영향에 따른 문제 개선” “가짜뉴스 보도한 언론과 제보자에 강력 처벌” 등 언론의 악영향부터 최근 횡행하는 가짜뉴스에 대한 단속요구가 제안됐다.
이밖에 “이공계 박사학위 취득 후 지속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과 제도적 장치 마련” “비효율을 양산하는 액티브X 꼭 제거” “층간소음지원 사이트인 ‘이웃사이센터’는 효과가 없으니, 피해 입증지원 제도화 등 효율적 지원제도 운영” “이민관련 업무를 철저히 관리·추진” 등의 의견이 국정과제로 반영됐다.
국민인수위는 8월 11일까지 이 같은 국민 제안에 대해 부처 검토 및 정책화를 마친 뒤, 8월 말에 국민인수위 운영 결과에 대한 대국민보고대회를 가질 전망이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