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의 두려움?… ‘투사(鬪士)가 될 투사의 아내’ 놓아주나?

입력 2017-07-18 17:42 수정 2017-07-18 19:54
류샤오보(劉曉波)의 부인 류샤(劉霞) [AP뉴시스]

“잘 살아가시오(好好生活)…”

지난 13일 타계한 중국 민주화 운동가 겸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劉曉波)가 부인 류샤(劉霞)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다.

그의 유언이자 간절한 마지막 소원이 이뤄질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류샤의 해외출국을 허용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만약 류샤가 중국을 떠나게 되면 행선지로 류샤오보가 치료받기를 원했던 독일이나 미국 중 한 곳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에도 무게가 실린다.
류샤오보 부부의 단란했던 한때. 부부와 긴밀한 관계였던 중국의 인권운동가 후자가 트위터에 올린 사진이다.

18일 일본 지지통신 등 외신들은 전날 중국 외교부의 정례 기자회견의 분위기를 살펴볼 때, 중국 당국의 태도가 그동안 반복해 온 원칙적인 입장에서 한결 완화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 연금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류샤의 거취를 묻는 한 외신기자의 질문에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우리는 당연히 중국 공민으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법률에 따라 보장한다”고 답변했다. 국제사회가 요청하는 류샤의 가택연금 해제와 출국에 중국 정부가 응할 지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기존의 “법률에 따라 문제를 처리한다”던 완고한 입장보다는 많이 유연해진 답변이었다.
류샤오보(왼쪽)-류샤 부부

이에 류샤 본인이 원한다면 출국을 허락할 수도 있다는 중국 당국의 선택지가 드러난 것이란 반응이 나온다. 중국 헌법은 공민의 거주 이전의 자유를 법적 권리로 보장하고 이 권리에는 해외 이주의 자유도 포함돼 있다. 중국 외교부의 답변은 해석하기에 따라 류샤의 연금상태를 해제한 뒤 해외 이주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중국 정부가 중국에 거주하기를 원치 않았던 반체제 인사들이나 그 가족들의 해외 이주를 허용한 경우가 없지 않다는 사실도 이런 예측에 힘을 싣는다. 톈안먼(天安門) 사태의 주역 왕단(王丹)과 반체제 핵물리학자 팡리즈(方勵之), 시각 장애인 인권 변호사 천광청(陳光誠), 위구르족 출신 여성 반체제 인사 라비야 카디르 등의 해외망명 사례가 대표적이다.

일단 류샤가 해외로 나가게 될 경우, 류샤는 문예가이자 화가 겸 사진작가였던 본인의 강점을 살려 문화 활동을 통한 해외 중국 민주화 운동을 펼쳐나갈 것으로 보인다. 남편 류샤오보를 추모하는 움직임에도 새로운 구심점이 될 수 있다.

한편 류샤오보가 임종 직전에 부인의 사진집에 쓸 서문을 통해 부인에 대한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유언처럼 남긴 육필원고의 사진이 공개됐다. 홍콩 돤 미디어는 15일 출판사 편집자인 류샤의 지인이 최근 류샤오보가 병상에서 류샤의 사진집 ‘류샤오보와 동행하는 방법(Accompanying Liu Xiaobo)’의 서문 원고 사진을 넘겨받았다고 밝혔다. 이 서문은 류샤오보가 남긴 유언이자 부인에게 전하는 마지막 선물로 남게 됐다.
지난 13일 타계한 중국 민주화 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가 임종을 직전 부인이자 동지 류샤(劉霞)에게 남긴 사진집 서문. 부인에 대한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유언처럼 남긴 육필 원고다. [홍콩 개방망 캡처]

“나의 찬사는 쉽게 용서받을 수 없는 독(毒)이 될 터/당신은 어두운 조명 밑에서 내게 처음으로 고물 컴퓨터를 줬지/펜티엄 586이었지 아마/그 잊을 수 없는 방, 사랑을 담은 눈길이 넘치는 그곳에 우린 남았지/내가 ‘아기 새우(류샤오보는 아내의 이름 샤(霞)와 발음이 같은 샤(蝦·새우)를 애칭으로 불렀음)'의 불합리함을 다뤘던 시(詩)를 읽었을 거야/당신은 내게 죽을 끓여주고선 전 세계에서 가장 간절한 찬가를 단 6분 만에 써달라고 부탁했지/어두운 조명과 허름한 방, 벗겨진 탁자, 그리고 아기 새우의 불합리한 요구/그것들은 별과 돌처럼 완벽한 한 쌍이 되어 놀라운 모습으로 내게 다가왔지/그 이후 찬가에 대한 찬미는 내게 소명과도 같았어/작은 새우의 시는 냉기와 어두움의 수렴이야/당신의 사진 속 흑백과 마찬가지로/차분함 곁의 그 광기는 고통과 직면하지/흉부를 완전히 열어젖힌 채 연기를 마주한 절망한 어린이들/검은 옷을 걸친 광대/예수의 부활을 목격한 과부 혹은 맥베스의 마녀에게서 영감을 받았을까/둘다 아니지/작은 새우가 지닌 창의성의 독특한 황무지에서 뻗어나온 잔가지일터/망자들의 영혼에 바치는 흐릿한 지평선 위에 먼지 쌓인 백합과 같지/이제와 내게 가장 후회되는 것은 당신을 위한 전시회를 열어주지 못한 것이야/시-그림-사진-흑과 백의 복잡한 관계/사랑은 얼음처럼 날카롭고 어둠처럼 아득해/내 잔인한 칭찬은 시와 그림 사진에 대한 신성모독일 터/나를 용서해  [공개된 류샤오보의 서문 中]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