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각종 서류를 작성하며 ‘특수용지’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른바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이후 민정수석실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동원된 조치였다고 한다.
청와대는 18일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수상한 장비 철거작전’이라는 제목으로 글과 영상을 게재했다. 이 영상에는 과거 민정수석실로 향하는 계단에 설치돼 있던 검색대를 철거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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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 따르면 새 정부가 들어선 뒤 민정수석실 직원들은 수상한 ‘관문’을 발견했다. 건물 3층 사무실로 올라가는 계단 한 곳은 막아두고, 나머지 유일한 계단에는 ‘계단 가림막’과 ‘검색대’가 있었다.
이 검색대는 자세히 보면 일반 검색대와 비슷하지만 계단 가림막을 통해 종이 한 장 빠져나갈 수 없도록 꼼꼼히 막아둔 것이 특징이었다. 검색대 옆에는 커다란 철제 장비가 놓여 있었다. 알고보니 이 장비는 ‘특수용지’를 감지하는 센서였다.
지난 정부 민정수석실에서는 모든 문건을 작성할 때 반드시 이 종이를 사용해야 했다. 이 종이는 얼핏 보면 일반 용지와 비슷해 보이지만 검색대를 통과할 때 경고음이 울린다.
청와대는 “민정수석실은 국민의 뜻을 살피는 일을 하는 곳이다. 공직사회 기강을 바로잡고 사정기관이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총괄한다. 그런데 저런 특수장비가 필요하느냐?”면서 “뭔가 외부로 흘러나가면 안 되는 불법적 기밀이 많았던 것일까요?”라고 반문했다.
이어 “저 장비는 최순실씨 남편이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보좌관 출신 정윤회씨가 ‘비선실세'라는 문건이 유출된 뒤, 당시 우병우 민정수석이 지시해 설치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당시 민정수석실에는 검사 외 일반 직원은 출입도 못했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떠돌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조국 민정수석은 이 ‘수상한 장비의 기이한 사연'을 확인한 뒤 검색대와 계단가림막 철거 지시를 내렸다. 권위와 불통의 상징을 그대로 둘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검색대는 지난달 30일 철거됐다.
새롭게 바뀐 ‘민정수석실 운영원칙'도 공개됐다. ‘촛불시민혁명의 정신을 구현하는 민정’ ‘문재인대통령의 국정철학 실천을 보좌하는 민정’ ‘권력기관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국민에 대해서는 온화하게 다가가는 민정’ ‘법률과 절차를 준수하는 민정’ ‘사적권력을 추구하지 않는 민정’ ‘구성원의 다양한 경험과 능력을 총합하는 민정’이다.
청와대는 “조 수석이 민정수석실 소속 비서관과 행정관을 선발할 때 사적 연고를 일절 배제하고 능력과 경험만을 엄청 깐깐하게 봤다”면서 “검찰과 경찰 등 권력기관이 국민에게 봉사하는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조정하는 민정수석실, '조국의 민정'이 만들어갈 변화를 기대해 달라”고 강조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