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전 귀가 중이던 여대생을 성폭행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스리랑카인에게 끝내 무죄가 선고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8일 특수강도강간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스리랑카인 K씨(51)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구 여대생 사망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1998년 10월 17일 새벽 대학 축제를 마치고 귀가하던 여대생 정모(당시 18세)양이 대구 달서구 구마고속도로(현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불거졌다.
당시 정양은 구마고속도로에서 25톤 덤프트럭에 치여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덤프트럭 운전자 최모씨는 고속도로를 무단횡단한 정양이 트럭에 치어 즉사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이에 단순 교통사고로 결론짓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정양의 죽음에 얽힌 의혹들이 나타났다. 정양의 시신은 속옷을 입지 않은 상태였다. 또 정양의 속옷은 사고현장에서 30여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미제사건으로 묻힐뻔한 이 사건은 13년이 지난 2011년에 K씨가 또 다른 혐의로 검거되면서 재수사될 수 있었다. 당시 대구지검은 성매매 권유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입건된 K씨의 DNA대조 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다가 그의 DNA가 정양이 사건날 입었던 속옷에서 발견된 DNA와 일치한다는 감정 결과가 나왔다.
이에 검찰은 관내에 머문 흔적이 있는 스리랑카인 50여명의 리스트를 뽑아 조사하고 K씨와 공범인 스리랑카인 2명을 특수강도강간 혐의로 2013년 9월 구속기소했다. 조사결과 K씨 등은 정양을 구마고속도로 아래 굴다리로 끌고 가 성폭행하고 금품을 갈취했다. 이들에게 성폭행당한 정양은 충격으로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구마고속도로를 건너다 트럭에 치여 숨졌다.
그러나 1심과 2심에서 연이어 무죄판결이 나왔다. 1심 재판부는 증거가 부족하고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K씨에게 사실상 무죄인 ‘면소’를 선고했다. 2심 역시 “K씨가 공범들과 정양을 집단 성폭행했을 가능성은 인정되나 강간죄의 법정 시효가 10년이므로 이미 사건의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이 공소 제기된 시점이 사건 발생으로부터 10년이 지난 상태였기에 법적 처벌을 내리기 위해서는 공소시효가 15년인 ‘특수강도강간’ 혐의가 인정돼야 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