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고] 위대한 유산 : 한국형 밥상머리교육의 탄생

입력 2017-07-17 13:45 수정 2017-07-17 14:47
기원전 63년 이스라엘은 로마 제국의 속주로 편입되었다. 이 시기에 예수가 탄생하였고, 그를 메시아로 믿는 초기 기독교가 생겨났다. 유대인 유다의 고발로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면서 유대인 박해의 씨앗이 뿌려졌다. 로마의 박해를 받은 유대인들은 전 세계로 뿔뿔이 흩어졌다. 그 땅에 오랫동안 뿌리를 박고 살아온 유대인들에게는 혹독한 디아스포라(이산, 離散)였다. 유대인에 대한 박해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유대인들이 정착한 국가에서는 그들을 감시하며 재산을 유산으로 물려주지 못하게 하는 법을 만드는 등 집요한 박해를 하였다. 상술이 뛰어나 부를 쉽게 축적하는 유대인들에게는 치명적이었다. 그들은 고민했다.


[청년기고] 위대한 유산 : 한국형 밥상머리교육의 탄생
김정진 한국밥상머리교육연구소장

이제 자녀들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유대인들은 밥상머리교육을 전통과 문화로 대대손손 전수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것은 부모와 자녀가 밥상머리에서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으며 세상과 사람에 대해 스스로 깨닫게 도움을 주고, 그로인해 삶의 진리를 통찰하는 강력한 교육방법 이었다. 유대인의 정체성은 밥상머리교육을 통해 강력하게 보존되었고 지속적으로 전수되었다. 그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전 세계를 2천 년 동안 떠돌아다니던 그들은 1948년에 마침내 옛 땅을 다시 찾아 오늘날의 이스라엘을 건국했다. 그 장구한 세월을 다른 나라에서 비참하게 살면서도 현지에 동화되지 않고 자신들만의 정체성과 문화를 끝내 지켜낸 유대인들. 참으로 강인하고 현명한 민족이다.

그 옛날 유대인들의 디아스포라는 아프리카까지 이어졌다. 아마도 로마제국의 강제이주가 있었거나 감시의 눈길을 피해 스스로 그곳까지 갔던 게 아닐까? 바로 아프리카 우간다의 아바유다야(유대인 마을)이다. 그곳에 가면 검은 유대인들을 만날 수 있다. 흑인의 외모를 하고 있는 유대인들은 ‘키파’(납작모자)를 쓰고, 유대인 특유의 질문과 대답을 하는 ‘하브루타’로 공부를 하고 토론한다. 그리고 매주 안식일을 철저하게 지키고 그 시간에 부모와 자녀는 집중토론을 한다. 현지인들과의 결혼을 통해 외모는 흑인으로 변하였지만, 밥상머리교육을 통해 유대인의 전통과 문화를 보존하고 있었다.

반만년의 역사를 가진 한민족은 유대인, 중국인, 이탈리아인에 이어 세계 4위의 디아스포라 민족으로 평가받는다. 한민족의 디아스포라는 어김없이 국가가 멸망하는 과정에서 생겨났다. 기원전 108년의 고조선 멸망, 562년 가야의 멸망, 660년 백제의 멸망, 668년 고구려의 멸망, 926년 발해의 멸망, 935년 신라의 멸망, 1392년 고려의 멸망, 1910년 조선의 멸망으로 한반도에 살았던 수많은 한민족들이 디아스포라를 겪었다. 때로는 중국과 러시아 땅으로 강제이주를 가기도 하고 기존 지배계층이 새로운 지배계층의 박해를 피해 떠나기도 하였다. 그러나 가장 최근이었던 1910년 조선의 멸망으로 생긴 디아스포라를 제외하면 그들은 거의 모두 현지에 동화되었다. 특히 우리 역사상 최강의 나라로 평가받는 고구려의 멸망으로 수많은 고구려 유민들이 중국과, 일본지역으로 흩어졌지만 고구려인의 정체성과 전통과 문화를 보존하고 있는 자손은 현재 없다. 유대인들은 그 혹독한 디아스포라에서도 정체성을 지켰지만 우리 한민족은 왜 정체성을 잃고 현지에 동화되었을까?

도대체 그 차이는 어디서 발생하는가?

바로 밥상머리교육이다. 민족의 전통과 문화로 전수되는 체계적인 밥상머리교육이 유대인에게는 있고, 한민족에게는 없다. 현재 한국인들에게 한국형 밥상머리교육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대부분 사람들은 쉽게 대답을 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우리만의 고유한 밥상머리교육이 없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의 밥상머리교육의 효과는 아주 강력하다. 미국의 행동과학 연구기관 NTL(National Traning Laboratories)의 연구에 의하면 학습효율성이 강의 듣기는 5%, 읽기는 10%, 영상듣기 20%, 집단 토의 50%, 경험학습 75%, 서로 설명하기 90% 순으로 나타났다. 유대인들의 밥상머리교육은 질문과 대답을 통해 서로 설명하는 것으로 가장 효율적인 학습방법이다. 오늘날 세계의 부와 권력을 거머쥔 것은 물론 1400만명의 인구로 전체 노벨상의 23%를 수상하는 힘이 밥상머리교육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유대인들의 밥상머리교육이 탁월한 줄 알면서도 한국에 확산되지 못하는 것은 전통과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의 밥상머리교육은 탈무드와 토라(성경)를 교재로 하기 때문에 한국인들에게는 한계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부모이자 교육학자로서 필자는 늘 ‘한국형 밥상머리교육’에 대한 개발을 꿈꾸었다. 언젠가는 내 손으로 직접 ‘한국형 밥상머리교육’을 만들겠다고 다짐을 하고 관련논문, 저서, 세계명문가들의 밥상머리교육, 하브루타, 하버드를 보낸 부모들의 밥상머리교육 등 다양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였다. 그것을 토대로 우리 아이들을 연구대상으로 시험적용해보면서 체계적으로 정리하였다. 그런 과정을 통해 한국형 밥상머리교육이 2017년 1월에 탄생하였고, 국내 최초로 특허출원하였다. 한국형 밥상머리교육은 소크라테스의 변증법(문답 대화기술)+미디어 인문학+하브루타+생각꼬리물기의 방법을 융합해 만들었다. 올해 6월부터는 한국형 밥상머리교육을 각 가정에 보급하고 전수해주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기적의 밥상머리인문학’ 강좌를 열고 있다. 8시간의 짧은 강의였지만 기적처럼 국내 최초로 밥상머리교육 동아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진천군의 ‘꿈꾸는 밥상머리교육’, 영동군의 ‘기적의 밥상머리 영동맘’ 등 한국형 밥상머리교육을 맛 본 부모들은 자발적으로 밥상머리교육 동아리를 만들어 실제 적용 후기를 SNS 온라인 모임에서 올리며 배움과 소통의 즐거움을 맛보고 있다.

우리 선조들은 왜 밥상을 밥상머리로 이름 지었을까? 머리는 우리 몸의 가장 윗부분에 위치해 신체를 움직이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일의 시작이나 처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에도 쓰인다. 지식의 보고인 책을 머리글로 시작하는 이유이다. 결국 밥상머리는 부모와 아이가 삶의 지혜를 전수하고 배움을 새롭게 시작하는 교육의 장이란 뜻이다. 그동안 우리는 밥상머리를 일방적으로 훈계하고 예절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침묵시키는 용도로 잘못 사용해왔다. 이제 한국형 밥상머리교육을 통해 밥상머리를 새로운 배움과 소통이 일어나고 참된 진리를 통찰하는 곳으로 만들어보자.

김정진(39) - 한국밥상머리교육연구소장 - 교육학박사 - 청주교육대학교 연구교수 - 아주대학교 외래교수 - 저서: 제안왕의 비밀, 꽃할배 정우씨! 등 다수- 전) 호산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 전) 국회의원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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