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의 기술결함에도 불구하고 전력화를 강행한 책임을 물어 장명진 방위사업청장 등 3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감사원은 또 수리온의 엔진결함과 비행안전성 관련 조치 등에 ‘총체적 부실’이 있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16일 방사청 및 육군본부, 국방과학연구소 등을 대상으로 수리온 개발·운용 관련해 실시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는 1차(2016년 3~5월)와 2차(2016년 10~12월)로 나눠 진행됐다.
2006년부터 개발에 착수한 수리온 사업은 기존 노후헬기를 대체하기 위해 2012년까지 1조2950억원이 투입된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2012년 6월 개발 완료 후 2012년 12월부터 곧바로 일선 부대에 배치됐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2013년 2월부터 3년간 5차례 윈드실드(전방유리)가 파손됐고, 2014년 8월 육군항공학교에서는 수리온 16호기가 메인로터 블레이드(프로펠러)와 동체 상부 전선절단기 충돌로 엔진이 정지됐다. 2015년 1~2월에는 육군항공학교에서 비행훈련 중이던 수리온 2대가 엔진과속 후 정지돼 비상착륙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수리온 4호기가 같은 결함으로 추락했다.
이 때문에 무리한 전력화 논란이 불거졌고, 감사원 감사 결과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1차 감사에서 한국항공우주(KAI) 등 제작사와 육군군수사령부, 육군항공학교 등이 엔진결함에 대한 후속조치를 취하는 데 있어서 업무를 소홀히 했던 사실을 확인했다.
2차 감사에서는 결빙환경에서 비행안전성을 평가하는 체계설빙성능 시험평가를 지연한 점이 나타났다. 방사청은 2015년 10월에서 2016년 3월까지 미국에서 진행된 수리온의 체계결빙 성능시험에서 101개 항목 중 29개 항목이 기준에 미달됐음에도 납품을 그대로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감사원 감사에서 주목받는 인물은 장 방사청장이다. 장 청장의 업무상 배임 혐의는 수리온 전력화 과정에서의 ‘윗선’ 개입으로 수사가 확대되는 연결고리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 출신인 장 청장은 2014년 취임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서강대 전자공학과 동기동창 출신으로 주목받은 인물이다. 장 청장의 업무상 배임 혐의는 방사청이 수리온의 기술결함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도 KAI의 입장을 수용해 전력화를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게 핵심적인 내용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방사청은 수리온의 체계결빙 성능시험에서 기준에 미달하는 결과가 나오자 2016년 8월 2차 수리온의 납품과 수락검사를 중단했다. 하지만 두달 뒤 KAI가 “수리온 체계결빙 성능을 2018년 6월까지 보완하겠다”는 후속조치 계획을 제출하자 납품 재개 허가를 내준다. 결함을 해소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가 없었는데도 방사청이 KAI의 입장을 수용했고, 이후에도 수리온 전력화 재개를 위한 논리를 개발해 관계기관의 동의를 유도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감사원은 “방사청이 전력화 재개 방침을 정한 후 주관적 의견을 근거로 비행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만들었다”며 “전력화 재개를 위해 규격변경을 할 수 없도록 돼 있는 안전에 관한 규격까지 바꾸는 등 절차적 정당성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