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민정수석실 문건’ 10일간 묵힌 이유 뭔가"… 한국당 의혹 제기

입력 2017-07-16 14:42

청와대가 박근혜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지원했다는 내용이 담긴 ‘민정수석실 캐비닛 문건’을 공개하면서 정치권에서 이를 둘러싼 공방이 벌어질 조짐이다. 정부여당은 적폐청산의 계기가 될 거라고 보는 반면, 야권에선 청와대의 재판 개입이라는 반발이 나온다.

청와대는 지난 14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박근혜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지원’ 문건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번 문건이 이재용 삼성 부회장 등이 연루 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밀접하게 연관돼있다고 본다. 이 때문에 이번 문건공개를 통해 적폐 청산의 계기로 삼고자 하는 분위기다. 앞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 당시 박영수 특검팀은 청와대 압수수색을 통해 관련 문서들을 확보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청와대는 이를 감안해 문건 일부를 이날 특검에 제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청와대의 입장에 적극 동조하며 입장을 밝혔다. 김현 대변인은 “300종의 관련 자료 내용을 볼 때 박근혜 정권과 우병우 민정수석 등이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을 그토록 막은 이유를 이제 알 수 있게 됐다”며 “발견된 문건의 실체를 밝히고 개별사안들을 면밀히 검토해 국정농단의 시종을 국민들께 소상히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권의 반응은 정반대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청와대가 특검의 치어리더 노릇을 하기로 작정하지 않고서야 이런 일이 있을 순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강효상 대변인은 15일 “청와대가 자료에 ‘비밀’ 표기를 해놓지 않았기 때문에 지정기록물이 아니라면 자료를 공개하고 사본을 특검에 넘겼다”며 “아전인수격 해석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여론몰이식 공세로 국민들에게 예단을 주어 재판에 개입하려는 청와대의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앞서 “비밀 표기가 없어 대통령지정기록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당도 “청와대와 민주당은 결코 이번에 발견된 자료를 야당 시절 정부 문건을 폭로하듯이 이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른정당도 “국정농단 사태 외의 기타 사안 등에 대해서도 ‘자료가 나왔네, 어떠네’ 하며 미리 논란을 예고하는 모습도 연출되고 있다”며 “청와대가 불필요한 정치적 갈등을 유발하고 오해를 낳을 수 있음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가 문건 발견 뒤 한참 지나서 발표한 것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청와대는 14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지난 3일 문건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10여일간 발표를 묵혀둔 것이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청와대가) 지난 7월 3일 문건을 발견했음에도 14일까지 함구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청와대는 “민감한 부분이 있어 법리적 내용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했다”며 “그 동안 해외순방 기간이 포함돼 있어 많은 인력들이 해외에 나가 있었기에 오늘(14일)에서야 발표할 완성도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