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5일 ‘베를린 구상’에 대해 “조선반도의 평화와 북남관계 개선에 도움은커녕 장애만을 덧쌓는 잠꼬대 같은 궤변들이 열거돼있다”고 비판했다. 북한이 베를린 구상에 반응을 나타낸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6일 관련 내용 발표 이후 처음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조선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진로가 무엇인지 똑똑히 알아야 한다’는 개인 논평에서 베를린 구상과 관련해 “외세에 빌붙어 동족을 압살하려는 대결의 저의가 깔려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신문은 우선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 발표 장소부터 문제 삼았다. 신문은 “북남관계 개선에 대한 그 어떤 구상이 있다면 왜 하필 자기 땅이 아닌 남의 나라 땅에서, 자기 민족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들 앞에서 밝혔는가”라며 “제 나라, 제 민족보다 타국과 이방인이 그렇게도 더 좋단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발표 장소가 독일인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독일식 통일이란 다른아닌 전형적인 ‘흡수통일’이라며 이러한 방식을 우리나라 통일에 적용해야 한다는 망발은 자유민주주의에 의한 체제 통일을 공공연히 추구하겠다는 것을 선포한 것”이라며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이 제재와 압박을 강조한 것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신문은 “평화에 대하여 떠들기 좋아하는 남조선의 현 당국자가 집권한 이후에도 사태는 달라진 것이 없으며 오히려 더욱 긴장의 최극단으로 치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화와 관련해 ‘올바른 여건’ ‘적절한 조건’을 들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우리의 핵폐기를 유도하고 압박하는데 선차적인 관심과 목적을 두고 있다”며 “전제조건 있는 관계개선이란 사실상 현 북남대결을 지속하고 더욱 악화시키겠다는 소리로 들릴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이번 구상에 대해 일부 긍정적인 언급을 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신문은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에 대한 존중, 이행을 다짐하는 등 선임자들과는 다른 일련의 입장들이 담겨져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북남사이의 체육문화교류나 인도주의적협력사업을 부정하지 않는다”며 “동족간 혈연적, 정서적 유대감과 민족정 공통성을 되살리기 위한 이런 사업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어제나 오늘이나 일관된 우리 입장”이라고도 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