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타계한 인권활동가 류샤오보(劉曉波)의 시신을 화장했다고 15일 밝혔다.
중국 선양시 정부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오전 중 류샤오보의 아내 류샤(劉霞) 등 가족과 동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간소하게 화장식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선양시 관계자를 인용, 류샤오보 가족의 뜻과 현지 관례에 따랐다고 전했다. 하지만 중국 안팎에서는 중국 당국이 류샤오보를 서둘러 화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지난 13일 타계한 류샤오보는 2008년 공산당 일당체제 종식과 민주화를 ‘08헌장’ 서명 운동을 이끌다 징역 11년을 선고받고 복역해 왔다. 2010년 중국인 최초로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중국 당국은 이에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5월 말 정기 건강검진에서 간암 판정을 받은 그는 가석방된 뒤 외국으로 가서 치료받기를 원했으나 중국 당국은 이를 끝내 거부했다. 결국 그는 지난 11일부터 패혈성 쇼크, 복부 감염, 장기부전 등 위중한 병세를 보이다가 13일 저녁 타계했다.
중국에선 사망 후 장례식장에 사흘 정도 시신을 두고 친지와 지인 등이 조문하는 절차를 밟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이번에 하루 앞당겨 서둘러 화장을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 선양시 관계자는 류샤오보의 아내인 류샤가 유골함을 건네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류샤가 자유로운 신분으로 풀려났다고 밝혔으나 행방을 설명하지는 않았다. 류샤는 류샤오보가 2010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이후 사실상 가택연금 상태로 지내면서 한 달에 한 차례 수감 중이던 류샤오보를 면회할 수 있었다.
홍콩 소재 중국인권민주화운동정보센터는 지난 14일 류샤오보 가족이 시신의 냉동 보존을 희망했으나 당국은 화장을 바란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반체제인사인 류샤오보의 시신이 냉동보관되거나 매장되면 그 장소가 민주화 운동의 거점이 되는 것을 우려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