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수첩' 대신할 새 증거 ‘캐비닛 문건’…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입력 2017-07-14 18:22 수정 2017-07-15 09:16
사진=뉴시스

청와대가 14일 오후 박근혜 정부의 민정수석실에서 생산한 자료를 대량 발견했다고 밝혔다. 300건에 달하는 민정수석실 자료에는 청와대가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지원 방안을 검토한 내용은 물론 고(故) 김영한 민정수석의 자필 메모까지 포함돼 있었다. 청와대가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재판을 좌우할 ‘결정적 증거’를 제출한 셈이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14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민정실 공간을 재배치하던 중 7월 3일 한 캐비넷에서 이전 정부 민정실 생산한 문건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에 따르면 이번에 발견된 300여종의 자료는 수석비서관 회의 자료, 2014년 6월부터 2015년 6월까지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인사 자료, 국민연금 의결권 등 각종 현안 검토 자료, 지방선거 판세 전망 등이다.

박 대변인은 “국민연금 의결권 관련 조사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관련 조항, 찬반 입장, 언론보도, 국민연금기금 의결권 행사 지침 직접 펜으로 쓴 메모의 원본, 또 다른 메모의 복사본. 청와대 업무용 메일을 출력한 문건 등이 들었다”며 “(문건 중에는) 특히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지원 방안을 검토한 내역도 포함돼 있다”고 했다.

박 대변인이 공개한 자필 메모에는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을 기회로 활용’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해 도와줄 것은 도와주면서 삼성이 국가 경제에 더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 ‘삼성의 당면 과제 해결에는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대응, 금산분리 원칙 규제완화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14일 오후 춘추관에서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실에서 발견된 회의 문건과 검토자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특검은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도와주는 대가로 430억원대 자금을 박 전 대통령 측에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양사의 합병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핵심이었다.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과 독대했을 당시 양사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하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 특검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측은 3개월 가까이 진행된 재판에서 뇌물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특검이 뇌물공여죄의 핵심 증거로 삼았던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의 업무 수첩, 이른바 ‘안종범 수첩’ 역시 지난 7일 직접 증거가 아닌 정황 증거로만 채택됐다. 안종범 수첩에는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독대한 후 전화로 불러준 내용이 적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안 전 수석은 지난 4일과 5일 이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급히 받아적어 심지어 본인 글씨도 알아보기 힘든 부분이)많이 있다”며 “검찰에서 조사받을 당시에는 원본 전체를 보지 않아 (문맥을 모르기 때문에 해독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발견한 자료들은 안종범 수첩을 대신해 삼성 관련 재판을 뒤흔들 새 증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민정수석실이 ‘국민연금 의결권’을 조사하고 ‘금산분리 규제 완화’ 등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지원 방안 자료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공식화 됐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번에 발견된 문건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검찰에 제출키로 했다. 박 대변인은 “당초 박영수 특검팀은 전임 정부 민정수석실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무산됐고 법원을 통한 조회 요청도 거부됐다. 하지만 관련 자료들이 발견됨에 따라 이 사본을 검찰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