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고등법원이 지난해 10월 입법회(국회 격) 선서에서 중국 정부에 불만을 표출하는 퍼포먼스를 한 범민주파 입법회의원 4명의 자격을 박탈한다고 14일 판결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지난해 11월 홍콩 기본법(헌법 격)을 유권 해석해 사실상 자격을 박탈할 근거를 마련했다. 중국이 홍콩의 자치권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이 담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파기하고 사법권을 침해하려 한다는 논란이 격화될 전망이다.
의원직을 잃은 의원은 ‘긴 머리’로 유명한 렁쿽훙 사회민주연선 주석과 2014년 우산혁명의 주역 네이선 로 데모시스토 주석, 에드워드 이우 의원, 라우 시우라이 의원 등 4명이다. 이들은 ‘홍콩은 중국이 아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두르고 선서한 친독립 정당 영스피레이션 의원 2명이 지난해 11월 의석을 잃고 두 번째로 자격을 잃게 됐다.
홍콩 내부에서는 의원 4명을 지지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중국 정부로부터 사법권을 지켜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앞서 의원직을 잃은 식스투스 바지오 렁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들의 생각이나 행동에 동의하든 안 하든 시민이 권력을 부여하지 않은 체제가 시민의 선거권을 박탈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친중파가 포진한 정부와 범민주파의 갈등으로 정국이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들 4명은 결과와 상관없이 이날 오후 8시 공민광장에서 중국의 사법권 침해를 규탄하는 시위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로 의원은 지난 2월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도 “의원직을 잃으면 시민들이 시민권을 잃는 것”이라며 “시민사회의 큰 저항이 일어날 것”이라며 경고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범민주파 입장에서 이들의 의석은 상당히 중요하다. 범민주파와 독립 성향의 본토파는 지난해 입법회 선거에서 총 70석 중 법안 의결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의석수 3분의 1을 넘겼다. 그러나 본토파 의원 2명이 의석을 잃고 나머지 4명도 자격을 잃으면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의결 정족수가 위태로워졌다.
권준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