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용역업체 직원 사망 사고(구의역 사고)의 책임을 물어 재판에 넘겨진 서울메트로 등 관계자들이 첫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은성PSD·서울메트로·구의역 관계자 변호인들은 14일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 김진환 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피고인의 주의의무 위반과 (김군의) 사망 사이에 인과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서울메트로 측 변호인은 "검사 측이 지적한 과실의 기초를 이루는 사실관계는 전혀 진실이 아니거나 지나치게 과장됐다"면서 "사고에 대한 예견 가능성이 없었다"고 말했다. 구의역 김모(60) 부역장 변호인도 "정비원의 사망과 부역장의 업무상 과실치사에 대한 어떠한 인과관계가 있는지 확실치 않다"고 강조했다.
은성PSD 이재범(63) 대표 측 변호인은 "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고인과 유족에게 죄송함을 느낀다.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해 사고가 난 점 인정한다"면서 "현실적으로 배정된 정비인력으로는 2인 1조 근무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사고 이후 이뤄진 진상규명에서도 서울메트로 측이 상황에 맞지 않은 인원을 설정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는 은성PSD 이재범 대표와 서울메트로 김모(58) 소장을 업무상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메트로 이정원 전 대표·김모(55) 처장 등 서울메트로 전·현직 관계자 5명과 구의역 김모 부역장·조모(54) 과장 등 역무원 2명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산업안전보건법상 범죄 행위자와 법인을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에 따라 은성PSD와 서울메트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지난해 5월 28일 김모(당시 19)군은 스크린도어 오작동 신고를 받고 홀로 점검에 나섰다가 승강장으로 진입하던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 숨졌다. 김군이 평소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웠음을 짐작케 하는 소지품이 발견되면서 비정규직 하청업체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현실에 시민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