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민정수석실 캐비닛에서 박근혜정부 문건이 대량으로 발견됐다. 검찰‧특검 수사,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이리저리 법망을 빠져나갔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혐의를 입증할 단서가 발견될지 주목된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14일 오후 3시 춘추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3일 민정수석실 공간을 재배치하던 중 캐비닛에서 이전 정부가 생산한 문건을 발견했다. (문재인정부에서) 사용하지 않았던 캐비닛이다. 민정수석실 인원을 보강하고 공간을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캐비닛을 정리했고, 이 과정에서 자료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어 “문건은 회의와 검토자료 등 300종에 육박한다. 정본과 부본, 한 내용만 10부를 찍은 복사본 등”이라며 “2014년 6월 11일부터 2015년 6월 24일까지 장관 후보자 등의 인사자료, 국민연금 의결권 등 현안 검토자료, 지방선거 판세 전망 등에 대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캐비닛에서 발견된 자료가 적성된 기간에 우 전 수석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있었다. 우 전 수석은 2014년 5월 민정비서관으로 청와대에 발탁돼 2015년 2월 민정수석으로 임명됐다.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졌던 지난해 10월까지 민정수석을 지냈다.
발견된 자료는 우 전 수석의 청와대 입성 다음 달부터 민정수석 임명 후 4개월까지 여론 파악, 공직기강 수립, 법무 등의 활동 내역을 상세하게 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우 전 수석은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두 차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90일 동안 진행한 수사에서 구속되지 않고 재판으로 넘겨진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이다.
우 전 수석은 1987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19기로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서울지검에서 검사로 임용된 법조인 출신이다. 국회 국조특위 청문회와 검찰‧특검 수사마다 법망을 이리저리 빠져나가면서 ‘법꾸라지’(사법+미꾸라지)라는 별명을 얻었다. 박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선배 법조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경우 구속됐지만, 우 전 수석은 불구속 상태에서 지난달 16일부터 재판을 받고 있다.
문재인정부에서 발견된 박근혜정부의 청와대 민정수석실 문건은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지원 방안 검토를 포함한 국민연금 의결권 조사 및 지침, 문화예술계 ‘건전화’를 통한 문화융성 기반 정비, 보수권의 국정 우군 활용, 6·4 지방선거 초판 판세 및 전망 등을 담고 있다. 또 우 전 수석이 민정비서관이던 2014년 6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민정수석실 수장을 맡은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자필 메모로 추정되는 자료도 발견됐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