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꾸라지’ 우병우 무릎 칠 실수?… ‘캐비닛 문건’서 물증 나올까

입력 2017-07-14 16:15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6월 1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청와대 민정수석실 캐비닛에서 박근혜정부 문건이 대량으로 발견됐다. 검찰‧특검 수사,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이리저리 법망을 빠져나갔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혐의를 입증할 단서가 발견될지 주목된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14일 오후 3시 춘추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3일 민정수석실 공간을 재배치하던 중 캐비닛에서 이전 정부가 생산한 문건을 발견했다. (문재인정부에서) 사용하지 않았던 캐비닛이다. 민정수석실 인원을 보강하고 공간을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캐비닛을 정리했고, 이 과정에서 자료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어 “문건은 회의와 검토자료 등 300종에 육박한다. 정본과 부본, 한 내용만 10부를 찍은 복사본 등”이라며 “2014년 6월 11일부터 2015년 6월 24일까지 장관 후보자 등의 인사자료, 국민연금 의결권 등 현안 검토자료, 지방선거 판세 전망 등에 대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캐비닛에서 발견된 자료가 적성된 기간에 우 전 수석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있었다. 우 전 수석은 2014년 5월 민정비서관으로 청와대에 발탁돼 2015년 2월 민정수석으로 임명됐다.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졌던 지난해 10월까지 민정수석을 지냈다.

발견된 자료는 우 전 수석의 청와대 입성 다음 달부터 민정수석 임명 후 4개월까지 여론 파악, 공직기강 수립, 법무 등의 활동 내역을 상세하게 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우 전 수석은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두 차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90일 동안 진행한 수사에서 구속되지 않고 재판으로 넘겨진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14일 오후 3시 춘추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민정수석실 캐비닛에서 발견된 박근혜정부 문건 일부를 공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우 전 수석은 1987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19기로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서울지검에서 검사로 임용된 법조인 출신이다. 국회 국조특위 청문회와 검찰‧특검 수사마다 법망을 이리저리 빠져나가면서 ‘법꾸라지’(사법+미꾸라지)라는 별명을 얻었다. 박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선배 법조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경우 구속됐지만, 우 전 수석은 불구속 상태에서 지난달 16일부터 재판을 받고 있다.

문재인정부에서 발견된 박근혜정부의 청와대 민정수석실 문건은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지원 방안 검토를 포함한 국민연금 의결권 조사 및 지침, 문화예술계 ‘건전화’를 통한 문화융성 기반 정비, 보수권의 국정 우군 활용, 6·4 지방선거 초판 판세 및 전망 등을 담고 있다. 또 우 전 수석이 민정비서관이던 2014년 6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민정수석실 수장을 맡은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자필 메모로 추정되는 자료도 발견됐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