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경영권 승계 지원 방안’ 朴정부 문건 발견… 청와대 민정수석실 캐비닛서

입력 2017-07-14 15:21 수정 2017-07-14 16:31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공동취재단, 뉴시스

박근혜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문제를 검토하며 작성된 문건이 문재인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캐비닛에서 발견됐다. 청와대는 이 캐비닛에 들어 있던 문건 약 300종 가운데 일부 내용을 전격 공개하며 “검찰에 사본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14일 오후 3시 춘추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민정수석실 공간 재배치를 위해 캐비닛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300종에 육박하는 전 정부(박근혜정부) 자료들을 발견했다”며 “삼성 경영권 승계 지원 방안이 담긴 문건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자료들이 비공개로 지정돼 있지 않아 대통령 기록물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며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자료에는 ‘삼성 경영권 승계 그대로 활용’ ‘경영권 승계를 위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파악’ ‘도와줄 건 도와주면서 삼성이 국가경제에 더 기여하는 방안 모색’ 등이 적혀 있었다고 박 대변인은 설명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 전문

전 정부의 민정수석실에서 생산한 문건들이 발견돼 그 처리 방안에 대해 브리핑하겠습니다.

민정수석실 공간을 재배치하던 중 7월 3일 한 캐비닛에서 이전 정부 민정수석실이 생산한 문건을 발견했습니다. 해당 비서관실은 이전 정부에서 민정 부분과 사정 부분이 함께 사용하던 공간으로, 현 정부 들어 민정 부분 쪽만 사용했습니다. 문건이 발견된 캐비닛은 사정 부분에 놓여있었습니다. 이 캐비닛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민정수석실의 인원이 보강돼 공간을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캐비닛을 정리하다가 자료를 발견하게 됐습니다. 자료는 회의 문건과 검토자료 등입니다. 300종에 육박합니다. 문건의 정본과 부본, 혹은 한 내용을 10부 복사한 것을 묶은 자료 등입니다.

내용별로 수석비서관 회의 자료, 2014년 6월 11일부터 2015년 6월 24일까지 장관 후보자 등 인사자료, 국민연금 의결권 등 각종 현안 검토 자료, 지방선거 판세 전망 등 기타 자료 등입니다. 이명박정부 시절 자료 1건도 발견됐습니다. 이것은 2013년 1월 생산된 것으로 사무실의 책상 서랍 뒤쪽에 들어있었습니다. 민정수석실은 원본 관할을 국정기록비서관실로 이관했습니다. 자료들이 대통령 기록물에 해당될 소지가 있어서입니다.

그런데 박근혜정부가 대통령 지정 기록물 목록까지 비공개로 분류함에 따라 이번에 발견된 자료들이 대통령 지정 기록물인지 여부조차 판단할 수 없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대통령 지정 기록물이 되면 일정기간 별다른 조처가 없을 경우 공개하지 않도록 돼 있습니다. 이들 자료가 대통령 기록물인 것은 맞습니다. 다만 자료들에 비밀 표기를 해놓지 않았기 때문에 대통령 지정 기록물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이들 자료가 대통령 지정 기록물인지 점검하기 위해 그 내용을 살펴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국민연금 의결권 관련 조사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관련 조항, 찬반 입장, 언론 보도, 국민연금기금 의결권 행사 지침, 직접 펜으로 쓴 메모의 원본, 또 다른 메모의 복사본, 청와대 업무용 메일을 출력한 문건 등이 들어있습니다. 특히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지원 방안을 검토한 내역도 포함돼 있습니다. 그 중 자필 메모로 된 부분은 대통령 기록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 일부 내용을 공개합니다.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 화살표. 기회로 활용.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도와줄 것은 도와주면서 삼성이 국가경제에 더 기여하도록 유도하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 삼성의 당면 과제 해결에는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대응. 금산분리 원칙 규제 완화 지원이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또 문화예술계 건전화로 문화융성 기반 정비, 건전 보수권을 국정 우군으로 적극 확용, 문체부 주요 간부 검토, 국실장 전원 검증 대상, 문화부 사대기금 집행부서 인사 분석 등도 들어있습니다. 전경련 부회장 오찬 관련 경제입법 독소조항 개선 방안, 6월 지방선거 초판 판세 및 전망도 있습니다.

그리고 고 김영환 민정수석의 자필 메모로 보이는 자료도 있습니다. 지금 제가 보여드리는 게 그 자필 메모입니다. 여기에는 일부 언론 간첩사건 무죄판결, 자체 정보 협업으로 특별행사법 입법토록 화살표 안보 공고히. 대리기사, 남북고발 철저 수사 지휘 다그치도록. 전교조 국사교과서 조직적 추진. 교육부 외 애국단체 우익단체 연합적으로 전사들 조직. 반대 선언 공표 등이 적혀있습니다. 대리기사 건은 아마도 세월호 유가족 폭행 건으로 보입니다.

이들 자료는 소위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된 것으로 판단됩니다. 당초 박영수 특검팀은 전임 정부의 민정수석실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무산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전에 특검이 법원을 통해 민정수석실 등 관련 자료 통해 사실 조회한 바 있으나 당시 거부됐습니다. 하지만 관련 자료들이 이번에 발견됨에 따라 그 사본을 검찰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사본은 대통령 기록물 아닙니다. 이들 원본 자료는 국정기록비서관실에서 대통령 기록관으로 이관하는 절차를 오늘 밟을 예정입니다. 이상으로 브리핑을 마칩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