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회항' 박창진 "왕따가 뭔지 확실히 배우고 있다"

입력 2017-07-14 12:39 수정 2017-07-14 14:13
사진=박창진 전 사무장 인스타그램

지난해 4월 현업에 복귀한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의 피해자 박창진 전 사무장이 "회사로부터 모든 승무원 자격을 갱신하라는 요구를 받았다"며 "복직 후 왕따가 뭔지 확실히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2014년 12월 '땅콩회항' 사건을 폭로했던 그는 이후 외상 후 신경증과 공황장애 등으로 400일 넘게 휴직하다 지난해 4월 복직했다. 당시 회사로부터 "1년 이상 휴직했으니 승무원 자격을 갱신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았고, 이에 따라 일반 승무원으로 복귀해 현재 이코노미 클래스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13일 KBS 인터뷰에서 "이코노미 객실에는 보통 1~3년차 신입 승무원들이 배치된다. 좌석과 화장실을 청소하고 현장 일을 한다"고 설명했다. 통상 승무원은 연차가 높을수록 일등석이나 비즈니스석을 맡는다. 

21년차인 박 전 사무장은 후배 사무장에게 지시를 받아가며 일하는 상황에 대해 "복직했지만 제 자리를 강탈당했고 동료의 멸시를 받으면서 '이 일을 계속 할 것인가' 고민하게 된다"면서도 "자존심이 상한다고 내팽개치는 순간 제 생존권을 강탈당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사무장은 '땅콩회항' 사건 전인 2013년 사내 영어방송시험인 '방송자격 A'보다 높은 '영어방송자격(영 WT3)'을 취득했다. 하지만 복직 후 5번이나 '방송자격 A'를 얻는 데 실패했다고 한다. 그는 "제가 영어를 꽤 잘하는 편인데, 계속 영어방송시험에서 탈락하고 있다. L과 R 발음이 안 된다는 식"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면 과거엔 그것도 안 되는데 팀장 자리를 준 것인가. 20년 동안 영어 능력을 최상위로 유지해 사무장을 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복직 후 왕따가 뭔지 확실히 배우고 있다"는 박 전 사무장은 "'그만하지 왜 그러나'라는 시선이 더 많다"며 사내 분위기도 전했다. 그는 "미약한 개인도 권리를 회복할 수 있어야 한다"며 "다음에 똑같은 일이 생기는 것을 막고 싶다"고 말했다. "팀장(사무장)으로 복귀한다고 해서 큰 명예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제 자리를 온전히 찾아내는 것도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을 것 같다"며 "회사를 스스로 그만두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