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 사진 부착 금지’에 “사진 일자리 죽이기” vs “외모 평가 안 돼”

입력 2017-07-14 00:05

문재인정부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이력서에서 사진, 학력, 출신지, 가족관계 등을 삭제하는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할 방침이다. 취업의 첫 관문인 서류단계에서부터 직무와 상관없는 편견이 개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력서 사진마저도 ‘스펙’이라고 여겼던 취업준비생들에겐 반가운 소식이지만, 사진 업계는 “사진 일자리를 죽인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프로사진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1번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블라인드 채용으로 인한 이력서 사진부착 금지 방침을 철회하고, 영세 자영업자 죽이는 졸속정책을 즉각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비대위는 “이력서 사진부착 금지 방침은 사진을 천적으로 알고 있는 전문 직업인들이 설 자리를 없애 경기침체로 어려운 처지에 내몰린 사진인들의 터전을 사라지게 할 것”이라며 “이는 대통령 공약인 골목상권 살리기 정책에도 역행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기업이 사진부착을 요구하는 것은 많은 인원이 동시에 지원하는 공개채용에서 신원을 정확히 확인해 대리시험을 방지하는 등 투명한 채용을 하기 위한 것”이라며 “블라인드 채용 제도가 하반기부터 시행되면 부정행위 방지를 위한 기업의 행정비용이 더 증가해 오히려 채용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진 산업 전반에도 연쇄파급을 줘 사진 일자리가 사라지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력서 사진에 대한 반감도 만만찮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삼성형 얼굴’이 있다는 속설이 돌 정도로 ‘외모도 스펙’이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 5월 구직경험자 55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취준생 10명 중 9명가량(88%)이 ‘외모도 취업 스펙’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취업 성공을 목적으로 성형수술을 고려했던 경험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절반 이상(51%)이 “있다”고 답했다.

취업을 준비 중인 나모(29)씨는 “외모가 스펙이란 건 이미 만고의 진리”라며 “일만 잘하면 됐지 굳이 얼굴을 왜 보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나씨는 “본인 확인을 위해서라고 하는 곳도 있지만, 주민등록증이 있는데 본인 확인을 이유로 사진이 필요하다는 게 이상하다”며 “지원자들은 이런 관행 때문에 비싼 돈을 주고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일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행정자치부, 인사혁신처 등은 관계부처 합동으로 ‘평등한 기회·공정한 과정을 위한 블라인드(Blind) 채용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는 공무원과 공공부문 이력서에서 사진·학력·출신지·가족관계 등을 빼는 채용 방식이 전면 도입된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