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독대하고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다.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와 정부조직법 처리방안을 비롯해 송영무 국방부 장관 및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관련 논의가 오갔다. 우 원내대표는 야당의 반발이 큰 두 장관 후보자 지명에 대해 문 대통령이 ‘최소한의 조치’를 해줄 것을 요청했고, 문 대통령은 “숙고하겠다”고 답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 원내대표가 오후 2시30분부터 오후 3시40분까지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만나 야당 입장과 당내 의견을 설명했다”며 “시급한 추경과 정부조직법 처리 등 국회 정상화를 위한 최소 조치를 취해달라고 건의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우 원내대표가 문 대통령을 만나 ‘필요한 조치들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어떻게 답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가 밝힌 ‘최소한의 조치’는 송 후보자와 조 후보자 등 장관 인선안과 관련해 청와대가 여당 입장을 고려해달라는 것으로 보인다. 박 원내수석은 “결국 대통령이 인사권을 갖고 있는데 그것은 청와대에서 결정할 문제고, 우리는 건의만 했다”고 부연했다. 대야 협상창구인 여당 원내지도부가 장관 후보자 지명 관련 해법을 건의했으니 공은 이제 청와대로 넘어갔다는 설명이다. 여당에서는 우 원내대표가 송 후보자와 조 후보자 중 한명을 낙마시키는 시나리오를 갖고 야당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날 국민의당 지도부와 전격 회동한 이후 독대가 이뤄졌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국민의당의 국회 복귀로 청와대가 요구하는 추경 심사에 물꼬를 튼 여세를 몰아 청와대도 인사와 관련해 전향적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임 비서실장은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과 김동철 원내대표를 만나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상황이 조성된 것에 대해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머리 자르기’ 발언의 당사자인 추미애 민주당 대표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대신 사과’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국민의당에 국회 복귀를 위한 명분을 준 셈이다. 임 비서실장이 ‘문준용 제보 조작’ 검찰 수사와 관련해 “청와대는 수사 내용에 대해 개입할만한 털끝만큼의 의도도 없다”고 한 것도 국민의당의 반발을 누그러뜨렸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여당과 청와대가 타협점을 찾을지는 미지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수보회의)에서 “국회에 다시 한번 요청드린다”며 “인사는 인사대로, 추경은 추경대로 논의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제안이 있었으니 제안에 대해서 문 대통령이 고민할 것”이라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