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보장연금을 받는 노인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도끼 상소’(지부상소·持斧上疏)를 올렸다. 도끼 상소란 조선시대 대궐 앞에서 도끼를 둘러메고 왕에게 상소를 올리던 것을 말한다. ‘상소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 도끼로 내 목을 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노인들의 요구는 “줬다 뺐는 기초연금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것이었다.
21개 노인·복지단체로 구성된 ‘빈곤노인 기초연금 보장을 위한 연대’는 13일 오전 서울 청운효자동 주민자치센터 앞에서 기자회견과 도끼 상소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2014년 7월 기초연금제도 시행 후 4번째이자 문재인정부 들어서는 처음 갖는 퍼포먼스였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 하지만 가장 가난한 기초생활수급(월소득 60만원 이하) 노인들은 사실상 기초연금을 받지 못한다. 이들은 매달 25일 기초연금을 받지만, 기초연금액이 소득인정액에 산정되는 탓에 다음달 20일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에서 같은 금액을 삭감 당한다. 이 때문에 기초연금 수급 노인들은 ‘줬다 뺐는 연금’이라고 부른다.
김호태(84)씨는 상소문을 올리며 “문재인 대통령의 기초연금 30만원 약속은 노인들에게 희망을 줬지만 30만원으로 올라도 그대로 내놓아야 하는 40만 수급 노인에게는 절망과 배신의 상처만 남기고 있다”며 “대통령이 기초연금의 잘못된 현실을 살펴 수급 노인도 정당하게 기초연금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바로잡아 달라”고 요청했다.
노인들은 도끼 상소에 이어 문제 해결을 약속하는 대통령 분장 프리허그도 진행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현행 20만원인 기초연금을 30만원으로 올리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와 연계해 기초연금을 소득 산정에서 제외한다는 명시적 약속은 없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