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12일 SNS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마련해준 숙소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박 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에 "청와대 대변인 출근 첫날, 문 대통령님의 첫인사는 저의 숙소 걱정이었다"며 글을 시작했다. 이어 "그 영광되고 엄청난 집으로 올라가는 입구에는 70년대식 작은 시멘트 계단이 있는데, 이 계단을 오를 때마다 가슴이 뭉클하기도, 미어지기도, 행복하기도 하다"고 고백하며 여섯 가지 이유를 댔다.
박 대변인은 "첫째는 대변인의 집 걱정까지 해 주신 대통령님의 마음이 계단마다 절절히 밟히는 감사함 때문"이라고 밝혔고 "둘째는 초가지붕과 사립문 시골집에 살던 내가 시멘트 벽돌집을 처음 들어가 봤을 때의 신기함과 부러움이 생각나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이어 "셋째는 초등학교 6학년이던 누이가 다리 아프다고 칭얼대던 나를 어른스럽게 달래며 손 꼭 잡고 걷던 모습이 생각나기 때문"이며 "넷째는 누이 친구들은 여학생 교복을 입을 즈음 내 누이들은 학교가 아닌 공장으로 갔던 서러움이 생각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다섯번째 이유로 "그래도 일 년에 한 번 온 가족이 모이면 시끌벅적했던 추석이 그리워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마지막으로 "지금 이 시간에도 당신 아들이 세상에서 제일 고생하는 줄 알고 주님께 기도하는 허리 굽은 어머니가 생각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집 입구에 있는 시멘트 계단 사진과 함께 "이 오래되고 못생긴 시멘트 계단은 제 마음의 심연을 끄집어내는 보물"이라며 "이 계단을 걸어 모퉁이를 돌면 플라타너스 숲길을 밝히고 있는 가로등이 조용히 기다리고 있음을 나는 안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충남 공주를 지역구로 19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고속버스와 KTX를 타고 서울로 출퇴근 해 '고속버스 국회의원'이라는 별명을 갖기도 했다. 서울에 거처가 없는 박 대변인을 배려해 문 대통령은 박 대변인이 지낼 숙소를 알아볼 것을 참모들에게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박 대변인은 5월 '대통령 경호실 빌라'를 줄여 부르는 '대경빌라'에 입주했다.
문지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