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 "인류, 기술의 노예가 될지도"

입력 2017-07-13 13:53

“현재 인류는 역사상 그 어느 시기의 인간들보다 많은 지식을 가졌다. 하지만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은 미미하다. 옛날 같으면 아이들에게 쌀농사나 비단 만드는 방법을 가르치면 됐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2050년에 세계가 어떤 모습일지 전혀 알 수 없다. 이런 상태에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유발 하라리(41) 이스라엘 히브리대 교수는 13일 서울 중구 이화여고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되물었다. 이어진 그의 답변은 이랬다.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최선의 기술은 혼돈의 세상에 맞서는 방법이다. 정신적인 유연성을 길러줘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우려도 전했다. 그는 “AI 분야는 폭발적인 힘을 갖고 있다. 인류는 삶의 목적이 무엇이며 우리는 누구인지 끝없이 되물어야 한다. 이런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인류는 기술의 노예가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알려졌다시피 하라리 교수는 2014년 인류의 역사를 다룬 저작 ‘사피엔스’를 발표하며 세계적 명성을 얻은 스타 저술가다. 사피엔스는 전 세계에서 500만부를 웃도는 판매고를 올렸다. 우리나라에서도 35만부 넘게 팔렸다. 후속작인 ‘호모 데우스’ 역시 마찬가지다. 이 책은 과학기술을 통해 ‘업그레이드’된 인류가 어디로 나아갈 것인지 내다본 내용으로 발간과 동시에 큰 화제가 됐다. 국내에서는 지난 5월 출간됐는데 누적 판매량이 벌써 10만부에 육박하고 있다.

하라리 교수의 저작이 인기를 끄는 이유로는 저자 특유의 박람강기(博覽强記)한 재능을 꼽을 수 있다. 그는 온갖 학설을 그러모아 세련되게 엮어내는 데 특출한 학자다. 역사의 흐름을 거시적으로 살피는 솜씨도 보통이 아니다. 하라리 교수는 어떻게 이런 ‘실력’을 키울 수 있었을까.

그는 “광범위한 분야의 책을 두루 읽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간의 행복이나 자본주의의 정착 이유 등 커다란 질문에 답하려면 다양한 책을 골고루 봐야 한다”면서 “하루에 2시간씩 하는 명상도 정신적인 균형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고 했다.

간담회에서 그는 호모 데우스에 썼듯이 인류의 암울한 미래상을 다시 전하기도 했다. 하라리 교수는 “인류는 신으로 거듭날 것이다. 이것은 은유가 아니다. 인공지능 생명공학 등의 힘을 빌려 생명을 창조하는 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문제는 우리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지 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라리 교수의 내한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4월에도 한국을 찾아 국내 독자들과 만났다. 전날 방한한 그는 오는 16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방송 출연 등 다양한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