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라치 스트링 콰르텟 “연주를 계속하는 게 권혁주를 기억하는 것”

입력 2017-07-12 17:08 수정 2017-07-12 17:24
베토벤 현악 사중주 전곡 연주에 나서는 ‘칼라치 스트링 콰르텟’의 이한나 심준호 장유진(왼쪽부터). 이들은 12일 “권혁주의 빈자리가 너무 크지만 친한 친구들과 함께 도전에 나서고자 한다”고 말했다. 서영희 기자

“권혁주를 기억하며 칼라치는 새로운 발걸음을 떼려 합니다.”

 지난해 10월 12일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가 31살의 젊은 나이에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떴다. 예상치 못한 비보에 한국 클래식계는 충격에 빠졌다. 특히 권혁주가 리더로서 이끌던 현악사중주단 칼라치 스트링 콰르텟(이하 칼라치)의 나머지 세 멤버들이 느꼈을 슬픔은 누구와도 비교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비올리스트 이한나(32), 첼리스트 심준호(30), 바이올리니스트 장유진(27)은 눈물을 닦고 다시 무대에 서기로 했다. 칼라치 스트링 콰르텟은 베토벤 현악 4중주 전곡(16곡)을 1년간 5회에 걸쳐 금호아트홀에서 연주할 예정이다. 그 첫 콘서트가 20일 열린다.

 12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만난 세 멤버들은 “칼라치에 대한 권혁주의 애정은 정말 깊었다. 그래서 그가 없는 칼라치의 유지 여부를 놓고 한동안 고민했다”면서 “우리가 계속하는 것이야말로 권혁주를 기억하는 것이라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 “칼라치가 영원히 계속될 거라는 약속이나 권혁주를 대신할 다른 멤버를 영입한다는 계획 등은 지금으로선 없다. 그저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할 뿐이다”고 말했다.

 칼라치는 지난 2012년 창단됐다. 국내 유수 솔리스트들의 앙상블인 금호아시아나솔로이스츠에서 만난 권혁주 이한나 장유진이 자신만의 실내악팀을 구성하기로 결정한 뒤 심준호에게 합류를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칼라치라는 이름은 아름다움의 그리스어 ‘칼론(Kalon)’과 끈의 이탈리아어 ‘라치(lacci)’를 결합시킨 말이다. 네 연주자가 오랜 시간 음악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만들어온 교감이 이어진다는 뜻을 담았다. 실제로 탁월한 기교와 음악성을 기반으로 한 칼라치의 열정적인 무대는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아왔다.

권혁주(왼쪽) 생전의 칼라치 스트링 콰르텟 ⓒBONSOOK KOO

 심준호는 “6~7년 전 콰르텟에 관심 있냐는 혁주 형의 전화가 왔다. 평소 친분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엔 장난전화인 줄 알았다”면서 “팀을 함께 하면서 깊이 사귀게 된 혁주 형은 재능도 뛰어났지만 그 성실함을 따라갈 수 없을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장유진도 “혁주 오빠는 독주 협연 실내악 등 정말 많은 연주를 소화했지만 연습에 단 한번도 늦은 적이 없을 만큼 준비가 철저했다. 혁주 오빠만큼 책임감 강한 사람은 만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동갑내기 친구였던 이한나는 “혁주가 낯가림이 있는 편이지만 칼라치 멤버 등 마음을 터놓은 사람 앞에서는 매우 유쾌하고 유머러스한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칼라치의 베토벤 현악 사중주 전곡 연주에서 권혁주의 빈 자리는 동료 바이올리니스트들이 채운다. 올해 예정된 3번의 공연은 김다미(7월 20일), 조진주(8월 31일), 강수연(12월 28일)이 무대에 오른다.

 칼라치의 세 멤버는 “베토벤의 현악 사중주 16곡은 베토벤이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며 써내려간 걸작들이다. 이번 전곡 연주는 권혁주의 죽음을 맞닥뜨리면서 상처입은 우리에게 치유의 시간이 될 것”이라면서 “어려운 도전에 기꺼이 동참해준 동료 아티스트들에게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피력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