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직원에게 아기 이유식을 데워달라고 부탁하는 문제를 두고 온라인 게시판에서 ‘맘충’ 논란이 벌어졌다.
아기를 데리고 외식하는 것이 죄도 아니고 어떤 특혜를 바라는 것도 아닌데 마치 갑질로 치부되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의견과 식당에 굳이 아기를 데리고 와서 직원들에게 당연하다는 듯이 요구하는 것은 민폐라는 지적이 엇갈렸다.
카페나 식당에서 아이를 통제하지 않거나 아기를 위한 배려를 넘어 무리한 요구를 하는 일부 엄마들이 자주 목격되면서 ‘맘충’논란은 온라인 게시판의 주요 험담 소재가 되고 있다. 식당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놓고 나몰라라하거나 카페에 외부 음식을 가져와 먹는 것이 대표적이다. 주로 옆자리 손님이나 알바생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목격담을 올리면, 네티즌들은 몰려가 비난을 쏟아내는 방식이다. 평소 조심하는 다수의 아기 엄마들까지 그렇게 ‘맘충’이됐다.
1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는 ‘맘충’ ‘갑질’ 논란으로 뜨거웠다. 수십 개의 게시글이 올라오고 여기에 셀 수 없는 댓글이 달렸다. 전날 “식당 가서 이유식 데워달라고 하는 게 무개념인가요”라는 글이 올라오면서 논쟁은 시작됐다. 이 글에는 식당 운영을 해봤다는 업주부터 두 아이를 키웠다는 아빠, 알바생 출신까지 다양한 네티즌들이 의견을 남겼다. 그런데 "지시인지 부탁인지, 역지사지 해보라" "그런 부탁을 하려면 1인분 더 주문하라" 등의 질타가 주를 이뤘다. 글쓴이는 “식당에서 애기 밥이랑 반찬 데워 달라는것도 욕먹는 행동이라고 하는것 같아 충격적입니다”라며 놀라워했다.
이 글은 단숨에 커뮤니티 핫이슈로 떠올랐다. 네티즌들은 경험담을 중심으로 ‘별 문제가 안된다’는 주장과 ‘민폐가 맞다’는 의견을 내놓으며 갑론을박했다. 70대 어머니의 판결을 옮긴 글도 올라왔다.
대략 양측의 주장은 이렇다. ‘문제가 안된다’는 쪽은 직원들이 바쁘지 않다거나 업주가 흔쾌히 받아들였을 때라는 전제를 달았다. 식당 측의 융통성과 배려라는 입장이다. '민폐'라는 쪽은 아무리 정중하게 부탁을 해도 주인은 압박으로 느낀다는 점을 강조했다.
10개월 된 아이의 아빠라는 네티즌은 “‘이유식을 데워달라는 것이 과연 맘충이고 민폐인가'라는 글과 댓글을 매우 감명 깊게 봤다”며 외국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이케아나 테스코 같은 대형 매장은 회사 방침으로 이유식 데우기 서비스를 하고 있다”면서 “대부분의 부모들은 이를 추가적인 서비스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당연히 제공돼야 할 서비스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유식 데워주기가 힘든 곳은 노키즈 존으로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업주에 대한 갑질이라는 의견과 함께 부모의 태도를 지적하는 내용도 호응을 얻었다. 외식을 하겠다면 아이 이유식부터 보온용기에 챙겨야 하고, 미처 준비를 못했다면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충고가 많았다. 부모들이 책임을 다하지 않아 '노키즈존' 등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시선을 낳았다는 것이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