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석춘이 ‘철학없는 국회의원’으로 지목한 25명…한국당 ‘살생부’ 되나

입력 2017-07-12 16:29
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이 과거 한 시민단체 토론회에서 새누리당(옛 한국당) 의원 25명을 ‘철학 없는 국회의원’으로 지목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명단에는 현재 한국당 지도부에 포진한 인사들도 다수 포함됐다. 이 명단이 홍준표 대표로부터 당 혁신과 관련해 전권을 위임받은 류 위원장의 ‘살생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류 위원장은 지난해 총선 직후인 5월 2일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주최한 ‘철학 없는 국회의원' 토론회에 참석해 ‘법안 발의 실태를 통해 본 국회의원의 이념 실상’이란 발제문을 발표했다. 이 발제문에서 류 위원장은 19대 국회의원들의 법안 공동발의 실태를 근거로 20대 국회에서 당선된 새누리당 의원 26명을 철학 없는 의원으로 지목했다.

이 가운데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잃은 김종태 전 의원을 제외한 25명은 현재도 보수 야당에 몸담고 있다. 서청원 나경원 신상진 이군현 정우택 한선교 김성태(3선) 안상수 이명수 홍문표 경대수 김태흠 박덕흠 박맹우 염동열 이완영 이우현 이종배 의원 등 18명이 한국당에 남았고, 유승민 김세연 이학재 황영철 박인숙 오신환 홍철호 의원 등 7명은 바른정당으로 옮겼다. 한국당에 남은 인사들 가운데에는 원내대표와 사무총장, 최고위원 등 지도부에 속한 인사도 있다. 류 위원장은 이들을 “새누리당을 이념의 무정부주의, 이념적 백치로 몰아간 주범이자 공모자들”이라며 “총선 참패의 진정한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류 위원장이 지난 11일 취임 일성으로 “우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조직으로 당을 환골탈태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이 명단이 한국당 인적쇄신 과정에서 살생부가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명단에 포함된 한 한국당 의원은 “법안 공동발의 내역만을 갖고 국회의원의 소신을 판가름한다는 발상 자체가 황당하다”고 말했다. 명단에 기초한 인적 쇄신이 현실화할 경우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에 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다만 당 지도부 인사가 여럿 포함된 만큼 현실적으로 이 명단 그대로 인적 쇄신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도 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