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되려면 일단 예뻐야?… ‘아이돌학교’의 출사표

입력 2017-07-12 14:28
13일 첫 방송되는 Mnet ‘아이돌학교’의 출연진 41명. Mnet 제공

“실력보다 가능성”을 보고 뽑힌 “예쁜” 소녀 41명이 걸그룹 데뷔를 놓고 경쟁한다. ‘대한민국 최초의 걸그룹 전문 교육기관’이란 거창한 타이틀을 내세운 Mnet ‘아이돌학교’가 출범했다. Mnet의 아이돌 만들기 프로젝트는 또 한 번의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식스틴’ ‘프로듀스101’과 달리 ‘아이돌학교’는 기획사에 소속돼있지 않는 일반인 입학생 41명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한다. 모집 단계부터 춤·노래 실력보다 열정·끼·마음·얼굴이 얼마나 예쁜지 보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실력보다 외모’로 선발된 이들은 11주간의 교육과정을 거쳐 졸업시험을 치른다.

데뷔 기회를 얻게 되는 ‘최우수 학생’은 시청자 투표로 가려지는데, 사전 온라인투표와 생방송 문자투표가 함께 이뤄진다. 실시간 문자투표 1건은 10표로 환산되고, 앞선 사전투표 결과와 합산돼 점수로 배당된다. 여타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시청자 마음을 사로잡는 게 관건. ‘아이돌학교’의 소녀들은 카메라를 향해 “예쁘게 키워주세요”라고 인사한다.

이 프로그램에 깔려있는 전반적인 정서는 ‘부족한 실력은 배움으로 채우면 된다. 일단 예쁘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콘셉트에 대한 적잖은 우려의 시선이 존재한다. ‘예쁨’을 강조하는 프로그램 성격상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고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른다.

첫 방송을 하루 앞둔 12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장경남 PD는 “예쁘다는 말이 외모지상주의 논란을 일으킬 거란 예상은 했다”면서도 “얼굴이 예쁘다는 기준으로 (출연자를) 선발하지 않았다. 예쁘다는 말에도 여러 의미가 있지 않겠나. 하고자하는 열정과 마음, 가능성 등이 예쁜지를 봤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이 프로그램의 관전 포인트를 ‘아이들의 성장’이라고 강조했다. 노래·춤은 물론 마이크를 잡고 카메라 앞에 서는 것조차 어색해하던 학생들이 교육을 통해 점차 실력을 키우고 무대에 적응해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런 생생한 과정을 담아내는 게 ‘아이돌학교’의 차별점이라고도 했다.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쟁쟁한 교사진이 꾸려졌다. 슈퍼주니어의 김희철이 담임선생님으로 합류했다. 바다·장진영은 음악선생님, 박준희·스테파니는 안무선생님, 윤태식은 체육선생님으로 각각 임용됐다. 블랙아이드필승(최규성 라도)가 음악 총괄 프로듀서를 맡는다. 교장선생님에는 배우 이순재가 위촉됐다.

1세대 아이돌 S.E.S 출신인 가수 바다는 “어린 시절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던 학창시절 기억이 떠오른다”며 “대부분 연습생 경험이 없는 친구들이라서 정말 선생님의 마음으로 내 경험들을 다 가르쳐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타를 발굴한다기보다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의 꿈을 키워준다는 점에서 각오가 깊어진다”고 얘기했다.

“평소 걸그룹 덕후라서 직접 참여해보고 싶었다”는 김희철은 “저는 학생들과의 상담을 통해 멘탈을 치유해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방송 경험이 없는 친구들이라서 모든 게 어색하고 순수하다. ‘나도 이럴 때가 있었는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멋있게 세계로 나아가는 걸그룹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각 파트 담당 선생님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출연자들의 실력은 아직 초보 수준이다. 스테파니는 “춤이라는 것 자체를 처음 춰본 친구도 몇 있었다. 그런데 수업을 통해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방송을 통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깜짝 놀랄 만큼 실력이 상승한 친구들이 있다. 그만큼 다들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다는 얘기”라고 전했다.

장진영은 “노래를 잘하는 친구들이 있긴 하지만 그 친구들의 수준에 맞춰 수업을 하진 않는다. 전원을 대상으로 테크닉 음정 박자 등을 가르치고 있다”고 얘기했다. 블랙아이드필승 최규성은 “기존에 작업해봤던 아이돌들과 다르게, 잘 못하긴 한다. 하지만 호기심들이 많은 편이다. 가능성이 보여서 개인적으로도 기대가 된다”고 했다.


특히 바다와 김희철은 불필요한 논란으로 프로그램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발언 차례가 아님에도 의욕적으로 마이크를 들고 양해를 구한 뒤 자신의 솔직한 속내와 바람을 이야기했다.

“다른 어떤 직업보다 외모‘도’ 중시되는 게 아이돌입니다. 우리 모두 그걸 모르고 있지 않죠. 아이돌은 외모가 예뻐서 사랑받기도 합니다. 저 또한 개성 있고 당당한 매력으로 사랑을 받았고요. 다만 우리는 아이들의 성장을 돕고 응원하자는 데 취지가 있습니다. 외모가 예쁜 아이도 있겠지만, 그 친구들의 꿈과 열정 자체가 아름다웠습니다.”(바다)

“성 상품화라는 말은 너무 불편하게 들립니다. 굉장히 위험한 말이잖아요. 저도 아직 1화를 못 봤지만 적어도 촬영할 때 그런 느낌은 없었습니다. 요즘 인터넷을 보면 남성 여성 편 갈라 싸우는 게 많은데 왜 그러는지 알 수가 없네요. 그냥 RPG(역할 수행 게임) 같은 예능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김희철)

이순재는 “처음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다소 의아했지만 인성과 자신감을 훈련시켜달라는 의미가 아니었나 싶다”며 “배우든 가수든 뜰 수는 있지만 거기서 자기 계발을 하지 않으면 추락하고 만다. 그렇기에 올바른 인성과 자질, 능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얘기했다.

“정말 순결하고 아름다운 소녀들입니다. 이 소녀들이 원대한 꿈을 꾸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앞으로 더 치열한 경쟁을 해나가야 합니다. 아이돌 한류는 이미 세계적입니다. 이 아이들 또한 세계적인 걸그룹으로 키워낼 수 있도록 전문가들이 혼연일체 돼 노력하겠습니다.”(이순재)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