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에 놓여있던 택배상자를 폐지로 착각하고 가져간 80대 할머니가 경찰에 붙잡혔다. 평소 폐지를 모아 용돈을 마련하던 이 할머니는 택배상자에 물건이 들어있는 줄 모르고 들고 갔다가 경미범죄심사위원회에 넘겨졌다.
이 할머니는 지난 10일 오후2시30분 창원시 의창구 봉곡동 한 주택가에 놓여있던 종이박스를 발견했다. 박스를 폐지로 생각하고 들고 가던 중 무게가 나가 이를 이상하게 여긴 할머니는 박스를 열어봤고 그 안에는 조명등이 들어있었다.
조명 판매업자가 고객에게 배달할 택배를 잠시 주택가에 두었는데 이를 발견한 할머니가 폐지로 착각하고 가져간 것이다. 박스 안에는 50만원 상당의 조명등이 들어있었다. 박스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된 조명업자는 경찰에 신고했고, 할머니는 4시20분께 경찰에 붙잡혔다.
반면 경찰이 할머니를 체포했을 당시 조명등은 없었다. 오직 폐지가 필요했던 할머니는 조명등은 버린 채 박스만 가져갔던 것이다. 조명등은 할머니가 박스를 훔친 주택에서 150m 떨어진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됐다. 할머니는 "폐지인 줄 알고 상자를 들고 갔고 물건을 훔칠 생각은 없었다"며 "자식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말아달라"고 경찰에 사정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창원서부경찰서는 "사안이 경미하고 절도 고의성이 있다고 보기 힘들어 경미범죄심사위에 넘기기로 했다"며 "보통 이런 사건은 훈방 처분하지만, 피해자로부터 사건 접수를 하면 그럴 수 없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2015년부터 도입한 경미범죄심사위원회는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별도로 심사해 전과 기록이 남지 않도록 즉결 심판에 넘기거나 훈방하는 제도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