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은 영원히” vs “초복엔 삼계탕”… SNS 복달임 열전

입력 2017-07-12 12:46 수정 2017-07-12 13:17

초복은 한여름 무더위의 시작을 알리는 음력 절기다. 중국 진나라에서 유래한 삼복의 첫 날로, 매년 7월 상순에 돌아온다. 올해 초복은 12일이다. 통상 7월 하순인 중복, 8월 상순인 말복까지 지나면 삼복더위를 넘길 수 있다.

열기와 습기에 지친 몸을 보양식이나 피서로 보하는 복달임은 삼복의 풍습이다. 바다나 계곡 등 피서지로 떠날 수 없는 직장인은 보양식으로 복달임을 대신한다. 과거의 보양식은 삼계탕 개장국 팥죽뿐이었지만, 식문화가 다양해진 지금은 영양가 높은 음식이 많아졌다. 식품업계는 이날 SNS에서 초복 마케팅을 전개하며 무더위를 잊고 있다.

아! 치킨이시여… 국민일보 DB

1. 국민 간식은 당연히 치킨!

가장 바쁜 곳은 치킨업계다. 닭을 튀겨 미국식으로 조리한 프라이드치킨은 대한민국에서 꾸준하게 사랑을 받는 음식이다. 복날의 치킨은 더 특별하다.

치킨프랜차이즈 M사는 “대놓고 치킨을 주문할 수 있는 날 초복. 더위 비켜! 치킨 들어간다”는 사진을 올려 소비자를 유혹했다. 왠지 허술한 그림은 바삭하게 튀겨진 치킨의 구미를 강하게 당긴다.

미국 프랜차이즈 K사는 초복을 기념해 크리스피치킨 메뉴를 주문하면 하나를 무료로 추가할 수 있는 ‘복날 버킷 원 플러스 원’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오우! 사우스코리안 삼계탕 사랑해요” 정서적 입국심사를 통과한 외국인들. 국민일보 DB

2. 복날 한국인은 삼계탕 아닌가?

치킨은 대부분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주문할 수 있다. 반면 삼계탕은 집 앞이나 회사 옆 작은 가게에서 먹는 경우가 많다. 펄펄 끓는 국물을 한술 떠 후후 불어 입에 머금고, 익힌 닭을 접시에 덜어 소금에 찍어 먹는 삼계탕은 치킨으로 대신할 수 없는 풍미를 가졌다.

대부분 소규모 업소에서 판매되는 삼계탕은 이날 정부 기관을 중심으로 홍보되고 있다. 국민안전처는 폭염특보에 따른 국민행동 요령 영상을 배포하면서 해시태그로 “#영계백숙 #닭죽으로 마무으리”라고 적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오늘도 열심히 하겠습니닭. 오늘은 초복이니까. 먹고 싶닭”이라는 재치 있는 문구와 함께 삼계탕 사진을 올렸다. 국토교통부, 미래창조과학부 역시 점심을 앞두고 삼계탕 사진을 올려 팔로어의 식욕을 자극했다.


3. 닭만 있나? 나도 먹어 봐!

모두가 닭만 먹는 것은 아니다. 집이나 회사에서 몇 걸음만 이동해도 간편하게 기운을 보충할 음식이 널렸다.

우유업체 S사는 슈퍼마켓·편의점 냉장고에 보관된 우유의 시원함을 강조하며 초복 마케팅에 나섰다. “푹푹 찌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는데요. 낮 기온이 33도를 웃돌고 습도도 높아 불쾌지수가 높으니 일사병과 열사병에 주의하세요. 시원한 우유 한 잔으로 체력 보충”이라고 적고 땀을 닦는 ‘꽃미남’ 사진을 올렸다.

편의점 프랜차이즈 S사는 아예 초복 메뉴를 지정해 소비자에게 제안했다. 치킨도시락과 컵라면이다. 이 업체는 치킨도시락을 구입하면 작은 컵라면을 무료로 증정하고 있다. 잘 정돈한 도시락과 컵라면 사진에 “1인1닭. 치느님 만세”라고 적어 소비자의 입맛을 다시게 만들었다.

‘다이어트의 주적’으로 지목된 탄산음료도 초복 무더위 속에선 어느 정도 용서가 된다. 미국 음료업체 C사도 초복 마케팅에서 빠지지 않았다. 이 업체는 치킨 모양 미로 그림을 트위터에 올리고 “초복에 콜라보다 귀한 것은 없다! 미로 안에 숨긴 치콜(치킨과 콜라)을 꺼낸 한 분께 초복 선물을 보냅니다”라고 적어 경품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