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고] 아동학대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

입력 2017-07-12 09:28
내 주변 어른들 중에서도 체벌을 찬성하는 분들이 있다.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집안마다 정도는 다르지만 대부분 자녀 체벌은 존재한다. 나는 매를 통해서 자녀들의 진정한 반성을 이끌어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반성은 체벌을 통해서 이루어질 만큼 그리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육체적 아픔을 통해 자녀가 그릇된 행동을 다시는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습득할 것이라고 믿는 부모들이 많다. 하지만 육체적 아픔을 통해서 자녀가 느끼는 것은 모멸감, 미움, 부모의 사랑에 대한 불신뿐일 것이란 사실을 어른들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청년기고] 아동학대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
굿네이버스 글로벌리더단 서지원 춘천여고 1학년

우리나라에서 아동학대는 늘 그 심각성을 차치하고 가풍에 따라 다른 훈육으로 여겨지며 타인의 간섭이 불가한 문제였다. 아동학대 가해자를 처벌하는 문제에도 여전히 논란이 많다. 하지만 심각한 아동학대로 죽음까지 내몰려진 아이들은 죽기 전 자신들을 보호해달라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의견을 낼 수도 없었다.

2013년 12월, 가냘픈 체구의 서현이가 아동학대로 숨진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이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며 1년 넘게 통과되지 못했던 아동학대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법 시행 이후 신고의무자의 신고건수가 급증한 것은 여태 우리가 해결을 위한 실제적인 행동을 계속 늦추고 있었음을 드러낸다. 더 일찍 해당 법률을 제정했다면 더 일찍 그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았을까?

나는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에서 진행하는 아동정책제안 캠페인 ‘똑똑똑, 아이들이 정책을 부탁해’에서 글로벌리더단으로 활동하며, 아동의 생명과 직결된 ‘아동학대’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 아동을 위한 정책에 대해 아동이 목소리를 내는 경우는 사실상 많지 않다. 귀기울여주는 어른들도 찾아보기 힘들다. 아동학대 문제에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이 기고를 통해 우리의 생명권을 위협하는 문제인 ‘아동학대’에 대한 아동의 목소리를 우리 사회에 전달하고자 한다.

우선 아동학대 전체의 30%를 차지하는 정서적 학대 또한 범죄로 취급되어 처벌되어야 한다. 신체학대는 그 흔적을 몸에 남기지만, 정서학대는 그 흔적을 보이지 않는 곳에 오랜 기간 남긴다. 보이지 않으니 나 자신도 그 상처를 알아차리기 힘들고, 치료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글로벌리더단은 정서학대가 아동학대 대물림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에도 영국의 이른바 ‘신데렐라 법’ 제정이 시급하다. 영국은 한 아동학대 사망사건 이후, 감정적 학대도 아동학대로 여겨 처벌하는 이 법을 제정했다. 감정적 학대의 범위에 대한 논란은 그곳에서도 있었지만 정서적 학대는 아동의 성장 과정에 심각한 정신건강 훼손의 요인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신데렐라 법 제정을 통해 정신적 학대로까지 아동학대 처벌 범위를 넓혀야겠다.

더불어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예산 증가와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아동학대처벌법 시행 이후 신고 건수가 늘었음에도 이를 해결할 상담원의 숫자와 아동보호전문기관 수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로 인해 실제 현장에서 아동을 보호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은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많은 전문가와 언론이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 예산 및 인프라 확대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지만 현장의 어려움이 해소되지 못한 것 같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사건이 터져야 아동학대 문제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다. 하지만 아동학대는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반짝 관심이 아닌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관심과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실천이 이뤄져야 한다. 이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돼 다시는 우리나리에서 학대로 목숨을 잃는 친구들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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